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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거부증 담론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 재생산 경험의 구획

Title
임신거부증 담론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 재생산 경험의 구획
Other Titles
Process of defining ‘abnormal’ reproductive experience in discourse on denial of pregnancy
Authors
손의정
Issue Date
2022
Department/Major
대학원 여성학과
Publisher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Degree
Master
Advisors
김선혜
Abstract
본 연구는 ‘과학적’ 지식으로 받아들여져 온 임신거부증이라는 개념이 기존의 모성 규범에 따라 특정한 재생산 경험들을‘비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이러한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해당 현상을 ‘늦은 임신 인지’로 명명할 것을 주장한다. 의학 담론 안에서 늦은 임신 인지의 경험은 임신거부증이라는 질병으로 개념화 되었다. 이러한 병리화는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초기에 임신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 때 ‘정상’의 기준은 규범적 모성에 대한 기존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임신거부증을 ‘미성숙’하며‘모성애가 결핍된’ 개별 여성의 ‘비정상적인 경험’으로 재현하는 현재의 담론 구조 속에서, 임신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출산을 경험하는 것은 범죄 혹은 질병으로만 설명된다. 때문에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건강상의 위험이나 법적 처벌의 가능성은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 연구는 임신거부증이라는 개념이 구성되는 과정과 이것이 재현되는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여성의 성과 재생산권이라는 문제의 일부로 위치시키고자 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신거부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은 영아살해 및 유기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포착되어 왔다. 이후 임신의 의료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임신 사실을 늦게 인지하는 것은‘비정상적’인 임신 경험의 경계 내부로 포섭되었으며, 정신의학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비정상적 경험을 병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등장했다. 영아살해, 혼외 임신, 10대 임신 등의 경험은 의학적 분석이 필요한 문제로 간주되었으며, 이 때 늦은 임신 인지는 ‘문제적’재생산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그 결과 늦은 임신 인지의 경험은 여성의 정신적 미성숙함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변화하였다. 임신거부증이 의학 체계 안에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이는 은폐와 거부라는 서로 다른 개념으로 분화되었으며, 의학 전문가들은 생물학으로 성차를 설명하고 모성을 여성의 본능이라고 주장해 온 서구 의학 담론의 논리를 사용해 임신거부증을 기존의 질병 범주 안으로 삽입시키고자 하였다.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태아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이는 ‘정상적’인 재생산에 실패한 것이라는 의학 분석에 따라 임신거부증은 거부와 은폐로 구분되었으며, 하나의 ‘장애’로 규정될 수 있었다. 둘째, 임신거부증은 모성규범에 따라 ‘비정상’적인 임신의 경험으로 재현되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임신거부증을 정신병과 범죄의 원인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현의 바탕에는 모성애의 결핍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담론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담론의 영향력은 영아 살해 및 유기를 처벌하는 사법부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모성규범이 임신거부증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되고 있음은 방송 프로그램의 재현에서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주 이후 임신 사실을 인지했다는 동일한 임신의 경험은 ‘정상적 모성애’의 발휘 여부에 따라 황당한 사건 또는 임신거부증으로 서로 다르게 재현되었다. 태아에게 위해가 가해졌을 때에만 임신거부증이라는 명명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늦은 임신 인지 경험의 병리화가 모성 규범에 기반해 이루어지며, 임신거부증 개념의 핵심이 임신 인지 시기가 아닌 태아의 생명 보호에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현실의 늦은 임신 인지 경험은 모성 규범이 재생산 경험의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고, ‘임신거부증’에 해당하는 경험이 질병과 범죄라는 틀 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모성 규범에 따라 자신의 늦은 임신 인지 경험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해석하며 정상성 획득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 낸다. 동시에 이들의 경험은 이러한 담론이 재현하고 있는 ‘정상적’임신 경험이라는 것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내부의 모순들을 지적할 수 있게 만든다. 과학적 모성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임신 사실을 늦게 아는 것은 어머니로서의 자질 부족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늦은 임신 인지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되어 왔다.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은 정상 범주로의 포섭을 위해 자신이 모성 규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증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늦은 임신 인지를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거나, 원치 않는 임신의 경험을 부정하고 임신거부증 개념과의 거리 두기 등의 전략을 통해 정상 범주로의 편입을 시도한다. 또한 모성 규범은 임신거부증을 특정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재생산 경험에 우열을 부여한다. 그러나 늦은 임신 인지의 경험은 그 자체로 모성 규범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주며,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는 담론이 부여한 경험 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린다. 본 연구는 지금껏 의학적 개념으로만 사용되어 온 임신거부증을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논의의 연장선 상에 위치시키며, 해당 현상에 대한 새로운 명명을 시도한 최초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늦은 임신 인지의 경험이 ‘임신거부증’이라는 질병의 영역으로 포섭되면서 이는 오로지 의학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졌으며, 해당 개념이 특정한 재생산을 병리화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본 연구의 분석은 단순한 가십이나 반인륜적 범죄로만 다루어져 온 임신거부증이 사실은 기존의 모성 규범에 의해서 구성되었음을 드러내며, 늦은 임신 인지로 발생하는 문제를 여성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현실에 개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현상을‘늦은 임신 인지’로 재개념화 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임신을 인지하는 시기는 여성들 마다 다를 수 있으며 재생산 경험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같지 않음을 보여주고,‘임신거부’의 경험을 특수화 하고 타자화 해온 기존 담론에 균열을 가한다.;The aim of this study is to show that the concept of ‘denial of pregnancy’ is based on normative motherhood and to claim the necessity of renaming this term as a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When woman is not aware of her pregnancy until 20 weeks of gestation, this situation is categorized as a denial of pregnancy by medical experts. This type of pathologization assumes that ‘normal’ woman can realize her pregnancy at a certain point and the criteria of normality in this explanation is established by normative motherhood. The discourse around denial of pregnancy represents an experience of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as a result of immaturity and lack of maternal instinct. To criticize pathologizing particular reproductive experience, this research focuses on a process of constructing the category of denial of pregnancy and makes an attempt to place this issue in line with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SRHR). The results are as follow. First, before the concept appeared, the case of woman who didn’t recognize her pregnancy was shown in the news reports of neonaticide and abandonment of baby. Henceforth occurred medicalization of pregnancy and this made an experience of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as an ‘abnormal’ pregnancy experience. With the Expanding boundaries in psychiatry, an attempt was made to explain this abnormality in medical theory. Second, denial of pregnancy is being reproduced as an experience of 'abnormal' pregnancy according to the maternal norm. The Korean mass media reproduces this term as a psychosis and a cause of crime. This kind of representation is rooted in a discourse that regards the lack of maternal love as abnormality. The influence of these discourses is also reflected in the attitude of the judiciary to punish neonaticide and abandonment of newborns. Third, the experience of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reveals the influence of normative motherhood on the interpretation of reproductive experiences and shows that the experience of 'denial of pregnancy' cannot be explained by the framework of disease and crime alone. According to maternal norms, women interpret their experience of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as abnormal. This makes women establish strategies for achieving normality. But at the same time, their experiences expose the contradiction of normative ideologies of motherhood. This study places a concept of ‘denial of pregnancy’, which has been used only as a medical term, as an extension of the discussion of women's reproductive rights. As the experience of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has been subsumed into the realm of a disease, it has only been discussed in a medical field. Due to this, the way how the concept pathologizes specific pregnancy experience has not been criticized enough. This thesis demonstrates that denial of pregnancy as a medical term has been constructed by conforming to motherhood standards. It also allows to intervene in present social structure that imputes all responsibility for crime to women and emphasizes an existence of possible health risk caused by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Furthermore, by insisting on reconceptualizing the phenomenon as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this research released a new fissure in the existing discourse which has been codified late recognition of pregnancy as abnormal-problematic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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