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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불투명함’에 대한 은유적 탐구

Title
회화의 ‘불투명함’에 대한 은유적 탐구
Other Titles
Metaphorical Approach about opacity of painting : focused on my works
Authors
전은주
Issue Date
2018
Department/Major
대학원 조형예술학부
Publisher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Degree
Master
Advisors
우순옥
Abstract
회화에 대한 논의와 물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과 자연, 시대를 사유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주제였다. 그림은 사람과 시대를 반영하는 한편 반성하게도 하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디지털, 이미지,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면서‘질적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부정적 상황에 대하여 과연 회화 매체는 어떠한 정체성을 지니는가 혹은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근대 산업사회 이후, 과학 중심주의와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시간은 숫자가 되고 자본이 된다. 이러한 계수 가능한‘양적 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더욱 빠르게 지나쳐 버리게 되고, 인간은 시간이 마치 돌진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조급하고 불안한 삶을 영위하며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돌진하는 시간에 매듭을 지어줄 수 있는 것은 삶의 결말 즉, 죽음을 인지하는 것을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말한다. 또한 베르그손(Henri Bergson, 1859-1941)은 기존의 양적인 시간 개념 자체를 뒤흔들며, 현재에 무의식의 과거가 동시적으로 소환됨으로 인해 무한하게 질적으로 변화 가능한 인간의 기억을 긍정함으로써 시간 개념을 변화시킨다. ‘질적 시간’이란 죽음을 의식하고 삶의 밑바닥 기억을 지속적으로 소환하며 경험할 수 있는 충만한 시간이다. 우리 안에서 진동하는 이러한 질적 시간의 경험은 투명한 정보 이미지를 통해 의식되는 것이 아니며 본인이 생각하는 회화의 정체성, 즉 ‘회화의 불투명함’으로부터 온다. 불투명함은 즉각적인 정보나 스쳐 지나가는 유희적 제스쳐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것을 향한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속성을 말한다. 회화와 땅의 공간은 서로 공통적 속성을 공유하며 본인의 회화에 대한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먼저 회화와 땅은 모두 기억을 축적하는 매체로 인간의 기억과 삶을 기록하고 은유한다. 본인의 회화는 표면 아래 깊이 잠재된 기억과 힘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아버지가 다녔던 폐교가 된 지 꽤 시간이 흐른 초등학교를 다녀왔다. 학교 내부 곳곳에 돋아난 무성한 풀들은 잠재된 기억과 시간의 지표가 되어 투명한 운동장을 불투명한 땅으로 다가오게 했으며 본인의 시선이 땅의 내부로 향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일상에서 경험했던 비가 온 뒤 밤에 본 검은 웅덩이와 스프링클러, 외할머니가 묻힌 선산 사진, 상상의 공간, 전쟁 관련 책에서 본 장면을 통해 모호하고 불분명한 공간 안에 내재한 무의식의 기억을 표상하려 했다. 땅은 2차원의 표면으로 가시화되지만, 흙과 눈이 덮이고 빗물이 흘러내리는 인간의 마음이자 몸이자 기억의 지층으로 은유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땅의 속성을 추구함으로써 본인의 작업 안에서 “회화는 땅이다”라는 은유적 명제가 성립한다. 본인의 회화에 등장하는 구름과 연기, 불, 눈, 비, 빛, 어둠들은 진동하며 잠재적 힘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심연 속에 감추어져 있다. 과거의 어떤 부분, 죽어 사라진 것들은 시간의 영겁 속에서 언젠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그림 안에는 스프링클러나 울타리와 같이 표면 내부의 힘을 우회적으로 분출하는 장치가 등장한다. 틈, 굴, 구덩이 형상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잠재적 기억과 에너지가 새어 나오고 배어 나올 수 있는 땅의 굴곡진 부분으로서 반복적으로 표현된다. 한편 2017년 5월, 강원도 지역 산불이 난 곳을 답사한 후 불을 머금은 땅에 대한 심상을 그림으로 옮기며, 땅과 불의 물질적 만남을 사유한다. 불은 대상을 그을리게 하고 태우지만 동시에 대상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출현하게 하는 오묘한 특성을 가진 물질로 작업에 등장한다. 불 에너지를 잠재한 땅은 다양한 물질들과 마주침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렇듯 회화와 땅은 소멸의 장소이자 잠재적인 생명력을 내포하는 생성의 공간인 것이다. 본인의 회화의 정체성은‘땅을 닮은 불투명한 회화’라고 할 수 있다. 회화는 얇은 표면을 넘어선 힘을 잠재한 깊이의 공간으로 불투명하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는 이러한 회화의 특성은 스쳐 지나가는 수평적 시간 속에서 진동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Painting resembles people and time. The identity of painting has been an attractive theme for people who think about individuals, nature, and time, both east and west. This paper questions the medium’s identity in a negative situation, which does not encounter ‘qualitative time’ while living in the equivalent era. Following the modern industrial societies, time is a number and capital in the structure of science centrism and capitalism. This quantifiable 'quantitative time' is passed much faster in human life, and is felt rushed. That is why people are able to operate more efficiently than ever before, but in contrary run a hasty, anxious life by constantly repeating the phrase 'no time'. Heidegger (1889-1976) said that what knots these rushing times today is by acknowledging the end of life: death. In addition, Henri Bergson (1859-1941) undermined the existing quantitative concept of time itself affirms human memory, which can be infinitely changed by being summoned. However, qualitative time is the profound moment that can be experienced by consciousness of death and summoning the latent memory of life. This experience of qualitative time surrounding us does not comes from consciousness in the transparent image of information, but comes from the identity of painting which I come to define as the ‘opacity of painting’. Opacity does not provide immediate information or passing amusing gestures but a property that enables us to think deeply about something unknown. Painting and the space of the earth share common attributes and enable us to explore the identity of the paintings. First, paintings and lands are both mediums for accumulating memories, which record and become a metaphor for human memories and lives. My painting is a metaphor for latent memory and powers deep down the surface. In 2013, I visited an elementary school my father attended when he was young. The lush grass that sprouted throughout the school became an indicator of latent memory and time, turning the transparent playgrounds into opaque land. It became a crucial moment that my gaze turned to the invisible underground. I tried to represent the memory of inherent unconsciousness in ambiguous and unclear spaces through the scenes seen in my daily life: the black puddle that I watched at night, the sprinkler, my grandmother’s graveyard, the imaginary space, and the historical photos of war. The earth is visualized on a two-dimensional surface; the bodies and minds covered with soil and the snow and rainwater flowing down representing the layers of metaphoric memories. In my work, painting pursues these properties and establishes the metaphorical proposition “painting is the land”. Clouds, smoke, fire, rain, light, and darkness vibrate and reveal their potential power, but paradoxically they are hidden in the abyss of the paintings. Some parts of the past, those that die and disappear, are expected to emerge in the due course of eternity. Inside the paintings, a sprinkler, a fence, and a device that ejects the force inside the surface are introduced. The gaps, oysters, and pit shapes are also repeatedly expressed as the curved part of the earth where these potential memories and energies can leak and escape. Additionally in May of 2017, I explored the forest fire area in Gangwon province in South Korea, and painted the ground where the fire broke out, retaining the properties of fire. I think of the material encountering both the earth and fire. Fire is a substance with a subtle character that causes objects to burn and to be burned simultaneously changing and starting new objects. With such means, painting and the earth are spaces of destruction and places of creation that contain potential vitality. I think the identity of painting is 'opaque painting resembling the earth'. Painting is an opaque space over a thin surface. The nature of opaque paintings does not show everything transparently, but allows them to experience vibrating time in daily pa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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