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파안 영희(Younghi Pagh-Paan)의 최근 작품 동향

Abstract

본 연구는 작곡가 박-파안 영희(Younghi Pagh-Paan, c.1945)가 겪은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최근 작품에서 어떻게 변화하여 드러나고 있는지, 가장 최근 작곡된 작품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박-파안 영희는 한국 청주 출신으로, 독일로 이주한 1974년 이후 작품에서 끊임없이 젠더와 문화적 타자(他者)로써의 갈등을 표현해 왔으며,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창작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서구 중심 사회에서 동양인이자 여성으로서 겪었기에 생길 수밖에 없던 한(恨)의 정서가 여러 음악적 장치들을 통해 드러난다. 본 논문에서는, 현악사중주 작품을 지배하는 음악적 주제가 작곡가의 사상과 어떠한 관련을 갖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작곡가의 시기별 작품 활동 및 음악 창작 배경을 언급함으로써 작곡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제공한 후, 작곡가가 사용한 음악어법에 대해 기술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한 문학 작품이나 인물과 작품의 연계성이 작품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는지의 여부를 통해 연구의 방향을 설정한다. 일찍이 독일 중심의 유럽에서 음악 활동을 하였지만, 한국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서양의 작곡 기법을 사용하여 동양의 색채를 표현하려 하는 것은 그녀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수의 기악곡을 포함한 박영희의 곡 가운데서, 현악사중주라는 편성은 그녀가 시도한 최초의 장르로써 괄목할만한 것이다. 현악사중주는 서양음악의 전통을 따른 전형적인 장르이지만, 1960년대 아방가르드 이후 이미 전통의 흐름을 벗어난 21세기 현대 작곡가들이 본인 작품의 편성으로 채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작곡가가 이전 곡에서 악기의 여러 주법이나 타악기의 사용에 변화를 주어 음색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였던 방법과 달리, 어떻게 현악기만으로 그녀가 담고자 하는 사상을 표현하는 고유의 음향을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그 부분에 대한 서술도 함께 하였다. 본 곡의 분석은 전체 구성을 이루고 있는 형식을 먼저 나누고, 기존의 문헌을 토대로 음악 어법을 분석한 뒤 작곡가의 이전 작품과 달라진 측면을 보고 작품을 지탱하는 문학 작품의 텍스트를 토대로 작곡가의 달라진 음악적 경향이 그녀의 변화된 사상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조명하여 음악적 주제를 도출한다. 본 연구자는 이 연구가 그 동안 다소 간과되었던 한국여성음악가의 이주 후의 삶과 음악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가장 최근 작품이 서구 전통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것에 반하여, 그 음악 언어가 사용하고 있는 한국 전통음악적 요소와 서양음악기법의 결합을 통해 작곡가가 현재 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분석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A string quartet” (Horizont auf Hoher See) by Younghi Pagh-Paan(c. 1945) in term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her diasporic life and the way of musical thinking in order to explore the characteristics of her recent instrumental music within personal and socio-cultural contexts. In particular, this study attempts to investigate how she revealed musical expressions, considered her up-to-date ideas. Firs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background of Pagh-Paan’s creative environments during her whole life as a composer. It also identifies the ways in which the new circumstances influenced her recent works compared with previous period, including her opinion of ‘string quartet’ genre itself and specially what prompted her to begin her own string quartet. The focus of this study is an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usic and composer’s latest life. To be specific, it analyzes certain devices employed by Pagh-Paan to enhance the meaning of deep sorrow called ha:n as a woman, the process how she resolve it. Finally, this study found that the composer wants listeners to recognize that she tries to put the motive of ‘love’ on this piece, through three section in the work. In this string quartet Horizont auf Hoher See, ,the meaning of love is that the deep sorrow from diasporic life as a Korean woman would be finally reconciled in her inner world. This study is significant as it not only identifies the musical characteristics of Pagh-Paan’s advanced instrumental work but also it provides her own perspectives toward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