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라드의 작품에 나타난 이데올로기 읽기

Abstract

This thesis examines the ideologies represented in Joseph Conrad's works, Lord Jim, Nostromo, and Secret Agent focusing on Slavoj Žižek's theory of reality as constructed fantasy, and investigates how Conrad's works disclose the contradiction of the ideologies. The nineteenth-century Western European ideology at the root of Euro-Centrism and humanism, which Conrad often focused on, repressed the fundamental and the essential unconsciously, and had significant impact on forming the discourses of imperialism and capitalism. The Inconvenient ghosts roaming in Conrad's works, which Žižek defines as Spectre, are the examples of the most important essence that is oppressed by ideology and thus, cannot be represented due to such oppression, return in the guise of spectral apparition. The moral responsibility that the Western Imperialism pursued as the “White Man’s Burden” restrains the recognition of their selfishness and feebleness and even their alliance and reconciliation with the Colonized people function as an ultimate pretence to become the outcome of their ideological strategy. Such ideological contradictions are also exposed in the dilemma in which people try to fulfill their moral ideal through material interests, not only in the petty bourgeois but also the anarchists who must deny capitalism due to their strategic position. This study investigates not only the insights and critique of European imperialist and modern capitalist ideologies but also the substance of ideology that permeated every pore of human life through Conrad’s works. The first chapter investigates Žižek's theory of ideology which probes into the psycho pathological complex which ideological imperialism discloses, taking critics’ analyses based on ideological criticism of Conrad's works into consideration to reveal that his theory has advantages in exposing the desire which ideology has tried to repress and conceal. The main reason why imperialism plays an important part in Conrad is that the system of faith and belief at the root of imperialism discourse are dealt in his works from different angles. Žižek defines ideology through the concepts of fantasy and Spectre, brought on by the unconscious repression of ideology. The second chapter analyzes the main character Jim's feeling of guilt haunting him ceaselessly and the compulsory repetitive action caused by it after jumping from the Patna and abandoning the passengers in Lord Jim. This feeling of guilt in the form of compulsive repetition is investigated as the return of the real of the repressed kernel by imperialism. “One of us” repeated by the narrator Marlow as a leitmotif represents the crew of society and British imperialism and at the same time, ironically the people who try to conceal the discrepancy and contradiction existing in the British imperialist society. Their alliance and reconciliation with the colonized people are the example of the ultimate hypocritical action and the result of their ideological strategy which excludes others who are not of the same category. Jim's feeling of guilt makes him wander without settlement, influencing Jim's life in Patusan and finally results in his death, which is close to suicide. However, Jim's death is an ideological performance based on an ideological illusion in the guise of self-sacrifice. The third chapter traces how the dominant class, the Blanco party, uses material interests to achieve their moral order and how the ideal motto which the western imperialism pursued becomes distorted by material interests in Nostromo. The Blanco party, represented through the figure of Charles Gould, participates in the revolution in order to preserve silver management control in Sulaco in the course of intervening in the Occidental province’s independence from the Costaguana Republic. With the realization of Occidental independence, Sulaco seems to have achieved moral order along with material prosperity at first glance, but the possibility of another conspiring of Costaguana’s invasion and another revolution leads to the questioning of the ideal which the Blanco party pursues. The last chapter investigates how London, set as the spatial background, pursues wealth, a capitalist value but becomes the paradoxical space which plays the key role in the split of the subjectivity in Secret Agent. Anarchists internalize the value of Capitalism despite their strategic position in which they should reject it, and their cynical attitudes towards capitalism are close to rather one of conforming than of overthrowing its regime. The paradox and irony are illustrated in all the characters, who are petty bourgeois, Verloc, Winnie, including Chief Inspector Heat, Assistant Commissioner, and anarchists in Secret Agent, and are revealed in the form of accompanying and conspiring with the category of the order versus disorder and obligation versus violation. Almost every main character in Conrad's works die or commit suicide without exception. The death of the main characters is not one of victory nor of tragedy by the voluntary subjectivity struggling against irresistible forces. Death in Conrad's works is presented as the self-destruction or despair in the face of its inconsistency without traversing symbolic order. Although the investigation of the substance of the ideology does not propose the substantial solution of inherent problems in capitalism and imperialism, this thesis suggests the insightful vision that any reform without self-reflection by the western subjectivity cannot lead to fundamental human freedom and desirable human nature.;본 논문은 콘라드의 작품인『로드 짐』(Lord Jim),『노스트로모』(Nostromo),『비밀요원』(Secret Agent)의 세 작품을 중심으로 현실이 구조화된 판타지라고 이해하는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의 이데올로기론을 통해 콘라드의 작품 속에 구현된 이데올로기를 검토하고 콘라드의 작품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콘라드가 주로 초점을 맞추는 19세기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담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서구 유럽의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근원적인 자유와 같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른다. 콘라드의 작품 속에 떠도는 불편한 유령들은 이데올로기가 억압하고 그 억압으로 인해 재현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본질이 되돌아오는 사례로서 환영적인 유령의 형태를 띤다. 이 유령은 지젝의 스펙터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서구 제국주의가 추구하는 백인의 의무로서의 도덕적 책임감은 나약한 인간 그리고 이기적일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억누르고 그들이 식민지의 원주민들과 맺은 동맹과 화해조차 궁극적인 위선의 행위임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의 모순은 물질을 통하여 도덕적 질서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이들의 딜레마 속에서도 드러나며 런던을 구성하는 평범한 소시민을 비롯하여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전략적 위치에 놓인 아나키스트들에게도 나타난다.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의 질서 안에서 각각의 주체들에게 드러나는 분열은 물화된 사회의 내부 균열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이 콘라드의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의 분열적 모습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본론의 첫 장은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드러내는 병리학적인 복합성에 초점을 두어 지젝의 이론이 이데올로기가 억압하고 은닉하려는 욕망의 정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이점이 있음을 논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의 일반적인 개념과 지젝의 이데올로기 개념과의 차이를 분석한 후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이 상정하는 판타지와 스펙터 개념이 콘라드의 작품 분석에 유용한 이유를 도출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로드 짐』의 주인공인 일등 항해사 짐이 승객들을 버리고 파트나 호에서 뛰어내린 이후 끊임없이 짐을 괴롭히는 죄책감과 그로 인한 반복적인 행위의 의미를 규명하고, 이것이 이데올로기가 재현할 수 없는 본질의 귀환임을 증명한다. 서술자 말로우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우리”는 선원사회/영국 제국주의를 대변하면서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제국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균열과 모순을 감추려는 자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식민지의 원주민들과의 화해와 동맹이 궁극적으로는 위선의 행위이고 이러한 행위조차 이데올로기적인 전략의 소산임을 밝힌다. 짐의 강박적 도피는 사건의 진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밀림 속의 말레이 부족 마을에까지 숨어들게 한다. 그러나 파트나 호에서 뛰어내린 짐의 죄책감은 해소되지 못하고 파투산에서도 영향을 끼쳐 종국에는 짐이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택하게 만든다. 그러나 짐의 죽음은 자기희생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인 착각에서 비롯된 위장된 행위라는 것을 밝힌다. 세 번째 장의 『노스트로모』에서는 가상의 국가 코스타구아나 공화국의 핵심세력인 블랑코 당이 법과 질서의 이념을 위해 물질적인 이해관계를 어떻게 이용하고 서구 제국주의의 이상주의적인 구호가 어떻게 물질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를 추적하고자 한다. 찰스 굴드를 비롯한 영국인과 스페인계 상류 계층으로 구성된 블랑코 당은 술라코의 은광개발과 경영권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코스타구아나 공화국으로부터 술라코의 옥시덴탈 지역의 분리 독립혁명에 가담한다. 옥시덴탈 지역의 분리 독립의 실현으로 술라코 지역은 물질적인 번영과 함께 법과 질서를 지향하는 듯 보이나 옥시덴탈 지역에 여전히 잔존하는 또 다른 혁명의 가능성은 이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이념에 대한 의문제기로 이어진다. 물질을 통해 도덕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논리의 모순은 주요 인물들의 물신화된 관계에서 잘 드러나며 개인적 관계의 물신화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정됨을 밝힌다. 논문의 마지막 장에서는 『비밀요원』의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런던이 자본주의의 가치인 부를 지향하는 곳이지만 오히려 자본주의의 가치가 자본주의의 주체의 분열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치는 역설적인 공간이 됨을 분석한다. 아나키스트들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본주의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들의 냉소적인 태도는 체제의 전복이라기보다는 체제의 순응에 더 가깝다. 이중 첩자로 살아가는 벌록은 아나키스트 혹은 첩자의 신분을 통해 자본주의의 생활원리에 동승하고 오시폰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그의 전략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의 물질적 기반에 의존한다. 이들의 모순과 아이러니는 도시의 곳곳에 등장하는 대립된 모습들과 병치되면서 아나키스트들을 포함하여 특수범죄수사국의 경찰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위니에게까지 질서와 무질서, 의무와 위반의 범주들이 서로 동반하고 공모하는 양상 속에서 노정된다. 이들에게 드러나는 모순과 아이러니는 자본주의 주체의 모순과 회의의 양면들을 여실히 드러낸다. 본 장은 이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 주체 내부의 균열과 모순에 좀 더 천착하여 콘라드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깊이 있게 점검하고자 한다. 콘라드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김없이 죽거나 자살한다. 이들의 죽음은 그들을 가로막거나 불가항력적인 어떤 힘과 힘겹게 맞서 싸운 승리이거나 자율적인 주체의 행위에 의한 장엄한 비극적 행위가 아니다. 이들의 죽음은 이데올로기가 사회체계의 모든 기공 속에 속속들이 침투하여 주체의 무의식과 죽음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내재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라캉과 지젝은『안티고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안티고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여 안티고네의 죽음이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상징적인 질서를 넘어서 실재와 대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콘라드의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의 죽음은 안티고네의 죽음과 같은 윤리-정치적인 행위와 연결되지 못하고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상징적인 질서를 뚫지 못한 채 그것의 모순 앞에서 자멸하거나 절망한다. 판타지 가로지르기는 인물들을 통해 실현된다기보다는 작가의 서술행위를 통해 실천됨을 증명할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규명하는 이 작업은 비록 서구 제국주의와 물질을 바탕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서구 주체의 자기성찰 없는 개혁이 인간의 근원적인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바람직한 본성을 구현할 수 없다는 통찰로 이끌어 준다는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