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로이드(Vocaloid) 2차 창작의 변형 구조 연구

Abstract

사용자가 직접 창작물을 다시 쓰는 2차 창작 활동은 디지털 매체의 발달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주체적 기조로 인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용자(consumer)’가 아닌 ‘사용자(user)’이다.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수용하는 동시에 2차 창작을 통해 창작자가 된다. 그리고 디지털 매체는 사용자들이 더 쉽게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창작물을 게재하고 그에 대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 공간도 마련한다. 그리고 네트워크 공간을 기반으로 삼은 2차 창작 활동은 더욱 광범위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2차 창작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사회적 영향, 혹은 경제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머물러있다. 특히 본 논문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보컬로이드(Vocaloid)는 서사 텍스트가 아닌 음악 저작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서사 텍스트만큼, 혹은 그보다 더 활발하게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본 논문은 보컬로이드의 2차 창작 콘텐츠가 생성되는 과정을 구조화하고 이를 통해 2차 창작의 의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보컬로이드는 일본 기업 야마하(YAMAHA)가 개발한 음성 합성 엔진과 이 엔진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 전체를 이르는 용어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소프트웨어였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보컬로이드는 각각 소프트웨어에게 고유의 이름과 함께 개성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를 포장 패키지에 크게 인쇄하여 하나의 가상 가수이자 캐릭터로서 정체성을 구축했다. 보컬로이드로 제작된 음원과 보컬로이드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미지가 합쳐진 뮤직비디오 동영상이 웹 곳곳에 게재되면서 보컬로이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일어나는 보컬로이드 현상과 그 2차 창작물의 의미작용 분석에는 구조주의 기호학의 이항대립 개념이 유용하다. 구조주의 기호학의 기표-기의, 통합-계열, 은유-환유 등의 개념은 문자 언어뿐만 아니라 그림, 동영상, 만화 등의 2차 창작 담화 영역을 학술적으로 논하는데 유용하다. 그리고 이러한 이항 대립 개념은 보컬로이드의 다음과 같은 2차 창작의 주요한 특징을 설명하기에 적확하다. 보컬로이드 2차 창작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서사 텍스트의 2차 창작과 달리, 파블라(fabula)를 내포하지 않아 서사성이 결여되어있는 원본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보컬로이드는 하나의 음성 저작 프로그램이며 보컬로이드 캐릭터 이미지와 이름만 주어져 있다. 따라서 서사라고 부를 수 있는 파블라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자와 사건이라는 성분 가운데 행위자만 존재한다. 그래서 보컬로이드는 파블라가 내포되어있지 않은 비서사 텍스트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보컬로이드 2차 창작물은 크게 두 종류의 축으로 만들어진다. 첫째는 통합적(syntagmatique) 변형이다. 보컬로이드 캐릭터에 부재하는 서사적 성분을 사용자가 직접 채워나가는 형태의 변형이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통합적 변형은 이야기 하나가 시작되어 연대기적으로 연쇄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통합적 변형, 즉 서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자, 장소와 같은 ‘대상’과 변화하는 과정인 ‘사건’이 모두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보컬로이드 원본 자체에는 행위자인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행위자와 관련된 사건의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컬로이드 사용자들은 2차 창작을 통해 직접 보컬로이드에게 사건을 만들어준다.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보컬로이드를 통해 노래를 만드는 2차 창작 행위를 통해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 캐릭터의 성격, 캐릭터의 취미 등 서사적 요소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한 보컬로이드의 서사는 다른 보컬로이드의 서사와 다시 연결된다. 각 보컬로이드들이 서사를 통해 연결되면서 캐릭터 사이에서도 통합적 연쇄가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계열적(paradigmatique) 변형이다. 계열적인 변형은 은유와 연관된 성격으로, 지시 대상과 유사성 관계에 있는 것이 대상을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2차 창작이 행위자를 중심으로 두고 사건을 변형시켰다면, 보컬로이드는 행위자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보컬로이드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간단한 조작을 거쳐 목소리를 원하는 높낮이로 변형시킬 수 있다. 다른 성별의 목소리, 혹은 다른 연령대의 목소리 등을 만들어 내면 사용자들은 그 목소리에 걸맞으면서도 원본 보컬로이드와 닮은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이 새 캐릭터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은 원본’ 정도로만 취급되지 않고 또 하나의 보컬로이드가 된다. 만들어진 보컬로이드가 다른 행위자로서 원본의 자리를 대체하면 원본은 그 자체의 자리에서 없어져 다른 의미작용의 단계로 옮겨간다. 그리고 이러한 두 종류의 변형은 각각 별개의 구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면서 보컬로이드 2차 창작의 의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계열적 변형으로 만들어진 파생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자신의 고유한 서사를 가지며 통합체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2차 창작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넘어, 원본이 2차 창작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되는 상호작용의 단계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순환적인 성격은 문화기호학자 유리 로트만(Yuri Lotman)이 논한 바와 같이 신화의 순환적인 성격과 같은 맥락을 갖는다. 다양하게 분열하는 캐릭터 성과 어느 하나 진정한 ‘원본‘없이 난립하는 보컬로이드의 다양한 서사는 이러한 신화적 변형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계열적으로 변화하는 보컬로이드의 파생 캐릭터 역시 하나의 인격이 여러 모습으로 분열하고 갈라지는 신화의 변형이다. 정신분석 기호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기표와 기의가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결핍에서 욕망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보컬로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신체를 가진 캐릭터라는 기표와 소프트웨어라는 기의 사이에 결핍이 존재한다. 이 결핍을 설명할 수 있는 서사도 원본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결핍으로 인해 끊임없이 그 간극을 메우려는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이 욕망은 인접한 것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2차 창작물, 즉 또 다른 기표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게 한다. 사용자들은 결국 보컬로이드라는 존재를 설명하고자 하는 욕망의 환유와, 현대에 소멸한 신화적 욕망을 보컬로이드에 투사하나는 은유의 교차를 통해 계속해서 보컬로이드 2차 창작이라는 의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구조와 욕망을 논증함으로서 2차 창작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과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The secondary production through which users themselves rewrite creation is becoming more active thanks to the development of digital media and anti-independent keynote of postmodernism. Users are no longer only 'consumer' who just accepts content passively, but also 'user'. Users become creator through secondary production at the same time accepting the content. Moreover, digital media not only provides users with technological help to facilitate their conversion into creator, but also offer network space where users can post their productions and discuss them. Secondary production based on the network space occurs more widely and frequently. However, discussions on secondary production still remain narrowly focused on research in its social influence or economic value. An object of study in this paper, Vocaloid, which is a music creation tool is being actively reproduced as secondary production to the same extent as narrative text or even more, but there is still no valid research. Upon this critical mind, this paper will structuralize the process in which secondary production of Vocaloid is generated and through this, analyze the meaning of secondary production. Vocaloid refers to both voice synthesis engine developed by YAMAHA, the Japanese company and the whole software produced with this engine. In the early stage, it was simply software but from the late 2000s, Vocaloid built identity as a virtual singer and character by largely printing the images of individual character and its own name given to each software. Second production of Vocaloid became active as the music videos combined with sound source made by Vocaloid and Image of Vocaloid character were posted all over websites. The concept of binarity of structural semiology is helpful in analyzing the signification of Vocaloid phenomenon occurring multiply and its secondary production. The concept of signifier-signified, integration-affiliation, metaphor-metonymy in structural semiology is useful in academically arguing not only written language but also discussing field of secondary production, namely picture, video and cartoon. Also, these the notion of binarity is precise to explain Vocaloid's following features of secondary production. The dominating feature of Vocaloid secondary production is that it starts from the original destitute of narrativity, not involving fabula, unlike secondary production of narrative text such as novel, cartoon, movie and drama. Vocaloid is a single voice producing program, given with only Vocaloid character image and name. So it only has actor among actor and incident, which are indispensable components for constructing fabula, that is, narration. Therefore, Vocaloid is non-narrative text, not connoting fabula. Due to this feature, Vocaloid secondary producion is largely divided into two kinds of axis. The first one is syntagmatique modification through which user fills firsthand the absence of narrative component. According to Lévi-Strauss, syntagmatique modification is a process through which a single story begins, triggering a chain reaction chronologically. 'Object' like places·actors and 'incident' which is changing process should be all involved in order to make syntagmatique modification, or narration. Original Vocaloid itself has actor but lacks elements of incident related to actor. Users of Vocaloid personally make incident for Vocaloid through secondary production. Narrative elements such as character's preferences, personality and hobby are added by secondary production activity like illustrating and song-making through Vocaloid. Narration made this way is connected again with another narration of Vocaloid. Syntagmatique chain reaction occurs among characters as each Vocaloid is connected through narration. The second one is paradigmatique modification. Paradigmatique modification is a characteristic related to metaphor, referring replacement of a referent by a similar object. Vocaloid creates actor itself, while existing secondary production modifies incident with actor as the center. Vocaloid can modify pitch of voice to desirable one with simple manipulation because it is software. When voice from other sex or age group, etc. is made, users create new characters suitable for certain voce and similar to original Vocaloid. This new character is not simply regarded as 'original with different clothes', but becomes a totally new Vocaloid. Original moves to another signification stage, completely replaced by new actor. These two kinds of modification do not exist as different structure, but influence signification of Vocaloid secondary production crossing each other horizontally and vertically. Apomorphic character made by paradigmatique modification causes syntagmatique modification, building a relationship with other character, having its own narration. Moreover, beyond the stage where secondary productions interact, it proceeds to the stage of interaction where secondary production is actively reflected. This circular nature is in the same context with that of myth as Yuri Lotman argued. Variously dividing characteristics and diverse narration of flooding Vocaloid without genuine 'original' can be the forms of these mythical modification. Also, apomorphic character changing paradigmatiquely is a modification of myth in which a single personality divide into many. Jacques Lacan, psychoanalysis semiotician explains that desire is born from deficiency generated when signifier and signified slide. As far as Vocaloid is concerned, There is deficiency between signifier, which is character with body similar to humans' and signified, which is software. On top of that, Narration which can account for this deficiency, does not exist in original. Due to this deficiency, users constantly create secondary production to fill up the gap. This desire moves onto adjacent objects, keep creating new secondary productions, in other words, other signifier. Users keep creating the signification of Vocaloid secondary production by metonymy of desire to explain the existence of Vocaloid and intersect of metaphor reflecting the mythical desire which is extinct today. This paper emphasizes the necessity of humanistic approach and research on secondary production by demonstrating this structure and des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