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의 파리시기(1934-1944) 회화에 나타난 생물형태적(Biomorphic) 이미지

Abstract

본 논문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파리시기 회화에 나타난 생물형태적(Biomorphic) 이미지를 자연의 생명현상 원리에 근거한 새로운 추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하는 연구이다. 유기적인 생물형상의 이미지는 193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행하면서 조형적 표현 수단의 하나로서 인식되고 있었다. 당시에 새롭게 대두된 자연관을 바탕으로, 파리 지역을 중심으로 저변화되어 있던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에 대한 관심은 칸딘스키의 파리시기 회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1930년대 기하 추상파 초현실주의의 대립되는 두 경향 속에서 칸딘스키의 생물형태적 회화는 하나의 절충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칸딘스키는 가시적인 자연 형태를 감각적으로 제거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현상 속에서 추상적인 형태와 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발견함으로써,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생명현상을 자신의 작품 속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칸딘스키에게 생물형상의 이미지는 예술을 생명현상으로 은유하여 자연의 창조와 예술 창작 사이의 유사성을 제시할 수 있는 추상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의 외형에 집착하기보다는 생성(生成), 성장이라는 본질적인 자연계의 생명현상 원리를 작품에 반영하면서 칸딘스키는 자연과 미술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였던 것이다. 생물형태라는 새로운 모티프의 등장과 원근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회화적 공간 개념은 파리시기 칸딘스키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을 이루고 있다. 파리시기의 작품에 도입된 생물형태적 모티프들은 단순한 생물학적 형태를 묘사한 것이라기 보다는 살아 있는 조형적 유기체들로 취급되었으며, 칸딘스키는 이러한 유기체가 지닌 약동하는 생명력(vitality)을 화면 가득히 표출시키고자 하였다. 아메바, 태아, 유충과 같은 근원적인 생물형태는 생성과 성장 과정속의 한 단면일 뿐이지만, 이러한 미완결된 형태가 지니고 있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은 생명감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한 모티프였다. 또한 생물학적 모티프를 한 화면 안에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화면에 조형적인 효과와 함께 생명현상의 순환적 체계 속에서 발생하는 변이를 내포한 반복적 순환의 원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이 칸딘스키는 구체적인 자연에 근거를 둔 생물형태적 모티프를 통해 유기적 생명체가 지닌 생명현상의 원리를 작품에 반영하였던 것이다. 한편, 생물형태적 모티프가 이루고 있는 새로운 회화적 공간은 자율적인 내적 질서를 지닌 무한한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다. 상하 좌우의 구별이 없는 무중력 상태와 투명성은 회화적 공간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장의 잠재력을 수용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모순적으로 제시된 회화적 요소들은 관람자가 지각적 움직임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칸딘스키는 또한 공간 속의 공간 구조를 통해 생명현상이 발생하는 새로운 추상적 공간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같은 화면 속에 공존하는 이질적 공간은 또 다른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는 창조된 공간이자 추상적 사고를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으로, 또 다른 생명현상의 은유적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칸딘스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생명현상의 세계를 통해, 자연이 지닌 본질적인 논리와 자신의 구체화된 추상적 사고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연의 외형이 아닌 자연의 원리에 입각한 접근 방식으로 추상예술에 다가갈 수 있었고, 이러한 원리를 생물형태적 이미지를 통해 파리시기 회화에 적용시킴으로써 자연에 근거한 새로운 추상의 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This paper is a study on Wassily Kandinsky(l866∼1944)'s artworks of biomorphic images in the Paris period(1934∼1944). During the 1930s, there was a crucial stylistic antagonism between the two movements that dominated artistic circles in Paris ： Abstraction-Creation and Surrealism. Biomorphic imagery was a 1930's widely current artistic vocabulary among the artists - both Surrealists and non-Surrealists - in Paris, as it allowed for extraordinary formal possibilities provided by a near-abstract glimpse of the natural world. Science had shown that nature abounded in infinitely minute, unclassifiable forms that could not be assimilated to visible structures. Kandinsky, therefore, felt justified in inventing figures that obeyed their own laws - a form of objective creation similar to nature's creation. Kandinsky also became increasingly fascinated with analogies between work of art and living organisms. What was decidedly new with Kandinsky's Paris period paintings was his introduction of the biomorphic organic style. The new motifs were derived from biology, especially zoology and embryology. In his Paris pictures, Kandinsky's images of amoebas, embryos and marine invertebrates conveyed the inherent meaning of life's phenomena of creation and regeneration. It is significant that they were all drawn from the primal stages of animal development ： amoebas, which are unicellular organisms； invertebrate marine life, a very early stage of animal evolution： embryos, non-diversified entities yet bearing the genetic message that would determine the future course of their development. The repetitious appearance of these various biomorphic forms suggested the mutability and vitality of living organisms, giving plastic rhythm to picture-plane as a pictorial element. By choosing these early stages as sources for his biomorphic images and repeating these organic shapes, Kandinsky was able to convey their unlimited potential for organic growth and metamorphosis without representing any particular end form of natural development. Through the plastic means of biomorphic form, the Paris painting reflects the natural endless cycle of birth, development, decay and rebirth. Kandinsky introduced a new pictorial space as well as a new motif in Paris oeuvre. He was able to see reality with a new perspective that the world operated according to different physical laws and was composed of different forms from the 'real' world. The sense of weightlessness and transparency make the pictorial space infinite and dynamic, suitable for revealing the e^(′)lan vital of living organisms. Kandinsky's new pictorial space is experienced only in the course of the viewer's perceptual movement, requiring a certain amount of time for the process of visual perception to follow the pictorial elements. A particularly striking aspect of the new treatment of pictorial space is the 'space within a space', in where the whole canvas is divided into panels or inserted by variant pictures which appear to obey different spatial logic. This 'picture within a picture' is still dynamic in that it cannot be grasped with one view for it continually subdivides into different pictorial spaces. These characteristics of new conceptual space connotes the metaphorical space of life phenomena. The essence of Kandinsky's plastic investigations in the Paris period was the pursuit of a synthesis that would reconcile the qualities of surrealism and geometric abstraction. Kandinsky reintroduced nature into his paintings and proposed biomorphic abstraction as the resolution to his pursuit. The paintings of Paris period reflected the 'general laws of the cosmic world. Through his work, Kandinsky was able to ascertain the kinship between the innate logic and sense of significant form of nature and the process of abstract thinking. What Kandinsky offered with his Paris period paintings was a new approach to abstract art based on the principle of nature, and this was achieved through his biomorphic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