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의 작품에 나타난 사회 참여적 의식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최성호(Sung Ho Choi, 1954-)의 작품에 나타난 사회 참여적 의식에 관한 연구이다. 1981년 미국의 뉴욕(New York)으로 이주한 최성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내 이민자의 경험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아울러 한국계 미국인, 더 나아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문화적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선행 연구의 대부분은 최성호의 작품을 단편적으로 언급했을 뿐 그의 작업 세계에 대한 분석을 동반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고려하여 최성호의 작업 중 미국 사회의 타자들이 마주한 문제에 주목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최성호가 사회 참여적 의식을 표출한 작품을 제작한 데에는 미국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미국 미술계의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최성호가 도미한 1980년대 미국은 인종적, 민족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이것은 1950-1970년대 일어난 민권 운동과 같은 미국 사회의 타자들에 대한 억압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1980-1990년대 미국에서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여러 이민자 집단 간 충돌이 발생했다. 특히 최성호가 거주하던 뉴욕의 한국계 미국인 공동체는 경제적, 문화적 차이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집단과 갈등을 빚었다. 한편 미국 사회의 다양한 민족 집단의 문화 수용은 1990년대 미국 미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성호는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기반을 둔 아시아계 미국 예술 단체와 교류하며 자신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켰다. 이는 한국 출신의 미국인으로서 미국 미술계에서 어떤 작업적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으로 나아갔다. 즉 최성호의 작업에 나타난 사회 참여적 의식은 1980-1990년대 미국 사회와 한국과 미국 사이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 그리고 다문화주의적 흐름이 조성된 당대 미국 미술계에서 자리 잡기 위한 노력 등이 총체적으로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을 고려하여 본 논문은 최성호의 작품 속 사회 참여적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1988-2008년 사이 제작된 작품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작품의 제작 시기와 주제에 따라 최성호의 사회적 의식의 표출 양상을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우선 최성호는 이민 직후 대중 매체에 묘사된 아메리칸드림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미지와 미국 사회의 현실 간 괴리를 인식했다. 그리고 이민자의 고된 삶을 언급하는 작품을 제작해 미국 이민 사회의 실상을 밝히고자 했다. 더불어 그는 작업에서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 관계를 다루며 한국 사회에 형성된 우호국으로서 미국의 이미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또한 최성호는 미국의 이주자들이 당면한 인종 차별 문제에 반대하는 작업에 천착했다. 마지막으로 최성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내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 공동체의 공존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으로 시각화했다. 미국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다양한 문화권까지 나아간 최성호의 관심은 이들 간의 화합을 이야기하는 작업으로까지 발전됐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하여 본 연구는 최성호의 작품에 나타난 사회 참여적 의식이 이민자로서 경험한 1980-1990년대 미국 사회와 한국인이자 미국인인 자신의 사회 문화적 위치와 역할에 대한 탐구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미국 내 이민자들의 문화적 위치에 대한 재고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에 한국계 미국인 미술가의 정체성이 작품에 어떻게 시각화되었는지 볼 수 있었다. 이로써 본 논문은 최성호의 작업 세계를 분석하고, 그의 작업이 지닌 사회사적, 미술사적 가치를 밝혔다는 의의를 가진다. 아울러 본 연구는 국내외 미술사 연구에서 다소 간과되었던 한국계 미국인 미술가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social consciousness expressed in the works of Korean-American artist Sung Ho Choi (b. 1954). After immigrating to New York, USA in 1981, Choi began to visualize the immigrant experiences in the United States through his works starting from the mid-1980s. Furthermore, as a Korean-American and more broadly as a member of the wider Asian-American community, he also engaged in social and cultural activities. However, most previous studies only briefly mentioned his works without delving into an analysis of his artistic realm. Considering these limitations of the existing research, this study aims to focus on works by the artist that highlights challenges that marginalized communities within American society face. Choi started to create works that embody social consciousness, which was influenced by the socio-political situation of the United States as well as the prevailing currents in its art scene. In 1980s, when he first arrived America, the country was notably characterized by the strong demand for greater understanding and recognition of racial and ethnic diversity. This movement emerged from initiatives aimed at abolishing the marginalization of underrepresented groups in American society, paralleling the civil rights movements from the 1950s-1970s. While the 1980s and 1990s in the United States were characterized by discussion on multiculturalism, this period also experienced conflicts among diverse immigrant groups. In particular, the Korean-American community in New York, where the artist resided, faced tensions with the African-American community due to economic and cultural differences. The cultural integration of diverse ethnic groups in American society significantly influenced the American art scene in the 1990s. Choi developed his racial identity awareness while engaging with Asian American arts organizations rooted in the Asian-American community. This journey revealed the artist's contemplation on establishing his artistic stance within the American art scene as a Korean-born American. In essence, the social consciousness manifested in Choi's works can be regarded as a comprehensive expression of his reflections on the socio-cultural landscape of 1980s-1990s America from the perspective of a racial outsider. It encapsulates his introspection on his dual identity between Korea and the U.S., and his deliberate efforts to establish his career in the contemporary American art scene, which was heavily influenced by multicultural dynamics. Considering this background, this study focuses on analyzing his works between 1988 and 2008, in which his engagement with social consciousness is prominently evident. The analysis organizes his expression of social consciousness into three aspects based on the timing and themes of the artworks. First, he recognized the disparity between the idealistic portrayal of America, often symbolized by the “American Dream” in the mass media immediately after immigration, and the actual societal realities of American society he encountered. Furthermore, he aimed to create works that highlighted the challenging lives of immigrants, seeking to reveal the authentic scene of immigrant communities in American society. Additionally, he explored the historical relationship between Korea and the United States in his works, reassessing the perception of the United States as a friendly ally that had been prevalent in Korean society. Second, the artist actively involved in creating works that opposed racial discrimination experiences faced by immigrants in the United States. Lastly, from the mid-1990s, he observed and visualized the coexistence of various racial and ethnic communities within the United States. Choi's interests expanded globally beyond the United States to diverse cultural spheres, evolving into works that portrayed harmony among these communities. Through this analysis, the study reveals that the social consciousness evident in Choi's works is rooted in an exploration of his position and role across Korean and American culture and his experiences as an immigrant in the context of 1980s-1990s American society. Moreover, this study examines how the identity of a Korean-American artist was represented in his works during a time when there was active reevaluation of the cultural position of immigrants in the United States. Consequently, this paper delves into Choi's artistic realm and illuminates the social, cultural, and art historical values embedded within his works. Finally, the study underscores the significance of studying Korean-American artists, a subject relatively overlooked in both Korean and international art historical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