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순의 문화 행동주의 연구

Abstract

This thesis examines the cultural activism of Yong Soon Min(1953-), a Korean-American artist based in Los Angeles, USA. Despite her extensive socio-cultural activities and artworks, current research on Min tends to discuss the artist within the context of Asian-American women artists, rather than highlighting her individually. Research on her artworks has also been concentrated on works from the 1980s to the 1990s. Hence, this study aims to surpass existing research, shedding light on Min as a cultural activist and examining the meanings embedded in her artworks. Since the 1980s, the United States has undergone a period of transition and conflict, moving from a conservative regime that sought to uphold traditional values centered around white males to a progressive regime attempting to embrace diverse values. During this confusing era, artists with socially engaged attitudes showcased various socio-cultural activities and artistic practices to resist an unjust society. In addition, a movement emerged to incorporate diverse cultures in the strategic planning of art institutions, major art museums, and biennials. In this context, Min, since her activities in New York in 1981, engaged directly with various social issues and marginalized groups. Her extensive engagement with various cultural and social organizations, academic research seeking to address societal injustices, exhibitions, and close interactions with intellectuals and fellow artists served as crucial factors in developing the artist's role as a cultural activist. In resisting discrimination, Min manifested a cultural activist attitude in her artworks. First, she viewed racial discrimination not as an individual problem but as a societal issue that inevitably needed exploration. Addressing various topics related to stereotypes and racial discrimination surrounding people of color, she expanded her exploration to include issues in Korean society. This attention to diverse situations of racial discrimination reflects the artist's awareness of moving towards a society that recognizes differences beyond racial boundaries. Additionally, Min addressed the prevalent issue of gender discrimination in the universally observed male-centric society through her artworks. Simultaneously, she illuminated the lives of Korean women oppressed in a patriarchal society and brought attention to the injustices faced by comfort women, exposing various aspects of discrimination and exclusion in their lives. Through these efforts, the artist aimed to protect women’s rights in both society and history. Furthermore, Min criticized various political conflicts in the world and the injustices within them through her artworks. She aimed to dismantle irrational power relations and alleviate inhumane situations resulting from the contradictions of diverse ideologies worldwide. Finally, Min addressed the tragedy of the Korean Peninsula division in her artworks. Alongside this, her works carried a message of wishing for peac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ultimately aiming for the coexistence of Korean people based on a sense of community. In summary, this study analyzes how Min Yong Soon's works from the 1980s onwards reproduced various aspects of discrimination and opposition in societal and global political confrontations. While the themes and subjects illuminated by Min in her artworks were diverse, they originated from the artist's cultural activist attitude, aiming to criticize societal discrimination and opposition, encompassing and embracing marginalized individual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lies in reevaluating works that were previously understood in the context of Asian-American women, expanding Min's artistic perspective.;본 논문은 민영순(Yong Soon Min, 1953-)의 문화 행동주의에 관한 연구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민영순은 작품을 통해 중심과 주변을 경계 짓는 현실 속 위계를 극복하고자 한 작가이다. 최근까지도 폭넓은 사회문화적 활동과 작업을 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영순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작가를 단독으로 조명하기보다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미술가의 맥락에서 논의해왔으며, 작품에 대한 연구 역시 1980-1990년대 작업에 집중되어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나아가 민영순을 문화 행동주의자로서 조명하고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1980-1990년대 미국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고자 했던 보수주의 정권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수용하고자 했던 진보주의 정권으로 이어지는 변화와 충돌의 시기로 사회 곳곳에서 위계질서를 허물고 소수자들의 권리 신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었다. 혼란한 시대의 기조 속에서 당시 사회 참여적 태도를 지닌 미술가들은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고자 다양한 사회활동과 예술 실천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미술 제도나 대형 미술관, 비엔날레의 전시 기획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민영순 역시 1981년 뉴욕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현실 속 다양한 사회문제와 타자들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이때 작가는 다양한 문화예술단체와 사회단체를 비롯해 부조리한 사회현실과 타자들의 권리 신장을 모색하는 학술연구, 전시 등에 참여하며 여러 지식인, 동료 예술가들과 긴밀하게 교류하였는데, 이와 같은 일련의 활동들은 작가가 문화 행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 동인으로 작용했다. 차별과 대립에 대해 저항하고자 했던 민영순은 문화 행동주의적 태도를 작품에도 드러냈다. 우선 민영순은 인종차별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으로 탐구해야 할 사회문제로 보았다. 이에 유색인종을 둘러싼 고정관념이나 인종차별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때 작가는 인종차별 문제를 단순히 북미나 서유럽의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한국 사회의 문제로까지 확장하여 작품에 제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차별의 상황에 주목한 것은 인종적 경계를 넘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고자 했던 작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다음으로 민영순은 작품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 속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성차별 문제를 다루었다. 그런 한편, 부계 중심의 사회에서 억압받아 온 한국 여성들의 삶과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문제 등 부조리한 현실 속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들의 삶에 나타난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폭로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회와 역사 저변에 놓인 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했다. 나아가 민영순은 미국과 더불어 제3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치적 분쟁과 그 내부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작품을 통해 비판하였다. 이처럼 세계 속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주목한 것은 작가가 불합리한 권력관계와 이에 따른 비인간적인 상황을 타파하고자 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민영순은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작품에 표현하며 분단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짚었다. 이와 함께 작품에 남북 간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기도 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민족의 공생을 희구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본 연구는 1980년대부터 민영순의 작업에 타자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사회적 대립이 다양한 양상으로 재현되었음을 분석하였다. 민영순이 작품을 통해 조명했던 주제와 대상은 다양했지만 이는 미술이라는 탈경계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 속 차별과 대립에 대해 비판하고 타자들을 아우르고자 했던 작가의 문화 행동주의적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기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의 맥락에서 이해되었던 작업들을 재검토하여 민영순의 예술관을 확장했다는 점에 본 연구의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