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주제를 통해 본 독일 표현주의 미술의 휴머니스트적 특성

Abstract

본 논문은 독일 표현주의 미술(German Expressionism)에서 죽음이 주제가 된 작품의 표현 양상을 분석해 이 미술 동향의 휴머니스트적인 특성을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 지금까지 죽음이 주제가 된 표현주의 미술 작품은 주로 작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경험한 바를 중심으로 분석되어왔다. 본고는 이러한 작품 중 전쟁보다는 현실 정치, 혹은 도시의 범죄와 더욱 밀접하게 연계된 죽음이 주제가 된 작품이 있으며, 이것이 관계되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다른 표현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본고는 표현주의 죽음 주제를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눈 뒤, 유형별로 나타난 인물상과 사회에 대한 표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시기에 따른 작품의 변천을 알아봄으로써 죽음 주제를 다각도로 분석해보고자 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주의 미술을 관통하는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표현주의 미술의 죽음 주제는 근대기 독일 미술에 나타난 죽음이 담긴 이미지나 모티프를 일부 계승하며, 유럽의 여러 작가들의 자율적인 표현법과 심리적 동요를 유도하는 주제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있었던 정치·사회적 혼란은 작가들이 작품에 현실을 반영하고 정치적 의식을 담고자 하는 조형적 태도를 갖추는 데에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했던 표현주의 예술가들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대중적 관심을 받았던 도시의 범죄를 주제로 선택해 현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표현주의 작가들은 개인사적 경험뿐만 아니라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에 따라서 다른 유형의 죽음을 주제로 택했다. 죽음의 유형별 표현 양상의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먼저, 본고는 전쟁과 관련된 죽음이 주제가 된 작품을 살펴보았다. 작가들은 이 주제의 작품을 그리며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 전쟁터 풍경을 드러내거나 인간성의 동요를 보이고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는 인물을 표현했다. 이때 죽음은 작가와 관람자가 공유하는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주제로서, 이들이 서로의 정신적 불안과 시대 의식에 공감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다음으로, 본고는 현실 정치와 연관된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에 대해 논했다. 사회민주당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작가들은 죽음을 주제로 한 선전 포스터를 제작해 혁명이 초래할 죽음을 경고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던 작가들은 공화국 정부가 주도한 무력 진압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처럼 작품에 담긴 비판의식은 작가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나, 정계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초래된 죽음을 비인간적이라 여겼던 작가들의 휴머니스트적인 인식은 두 갈래의 작품 모두에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본고는 성적 살인 사건에서의 죽음이 주제로 나타난 작품을 분석했다. 작가들은 작품에 남성살인자 이미지를 그려내 인간성이 타락한 현대인을 표현하거나 여성이 살해된 현장을 담아 사회의 비정함을 폭로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근대화된 도시의 표면적인 발달상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 그리고 이들의 본성을 드러내고자 한 작가들의 표현주의적인 접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표현주의 작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죽음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독일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연상시키는 죽음을 주제로 택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다각도로 성찰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제가 된 죽음의 유형에 따라서 작가들이 인간의 삶과 본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게 나타났지만, 이들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을 작품에 표현해나가는 총체적인 작업 과정에서는 공통적으로 휴머니스트적인 면모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표현주의 미술을 휴머니스트적인 특성을 가진 미술 동향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미술사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This study attempts to identify the humanistic feature of German Expressionism by analyzing the styles of expression in artworks that thematize death. Prior analyses of German Expressionist artworks have mainly revolved around the artists’ experiences during World War I. On the contrary, this study sheds light on works whose themes center on death that is more closely related to real politics or urban crimes rather than war, and that these are expressed differently according to their social situations. This study categorizes the theme of German Expressionist death into three types. By doing so, this study closely examines the depiction of death through multiple angles by looking at the periodical changes of German Expressionist works. Through such study, this thesis ultimately aims to understand the perpetuating feature of German Expressionism. The theme of death in German Expressionist art partially inherits images and motifs of death that appeared in modern German art, and was formed under the influence of the themes in the artworks of several European artists that induced autonomous expression and psychological agitation. In addition, the political and social turmoil before and after World War I became the basis for artists to have a formative style that reflected the social reality and contained political consciousness in their works. Based on this style, Expressionists who had been active in various art fields selected the theme of urban crime which had emerged as a social problem and received public attention, and thus produced works that criticize problems facing social reality. Expressionists chose different types of death as the subject of their artwork according to their personal experiences as well as their political stance and their views on social problems. In order to identify the differences in styles of expression, this thesis first examines works that depict death related to war. Artists portrayed scenes of the battlefield deprived of human dignity and depicted people who exhibited instability in humanity and suffered from mental anxiety. In such works, death was not only the very theme based on the shared experiences of the artists and the viewers regarding World War I, but also a medium through which they could empathize with each other’s mental anxieties. The following analysis looks into the theme of death related to real politics. Artists in favor of the Weimar Republic led by the Social Democratic Party produced propaganda posters in order to forewarn the viewers of death brought by the revolution and to emphasize the need to build a stable society. Meanwhile, opposing artists produced works criticizing the military repression led by the Republican government. Although the artworks show different critical thought depending on the artists’political stance as such, both types of works share a common humanistic approach which holds that the death caused by physical conflict in the political world was intrinsically inhumane. Finally, this thesis analyzes works that deal with death in cases of sexual murder, which imply criticism of the urban society. The artists expressed the modern man who had been deprived of humanity by depicting the image of a male murderer, as well as exposed the cruelty of the society by depicting the scene of women being murdered. Thus, these works, rather than the superficial development of a modernized city, exhibit the expressionist approach of the artists who wanted to reveal the human life and their nature of the people living in it. As a whole, this study shows that German Expressionists aimed to reflect on human nature in the modern world from various angles by choosing death as a subject that reminds of not only deaths in World War I but also deaths associated with various cases that occurred in German society in the early 20th Century. While the way artists expressed human life differed depending on the type of death they chose as a subject, one can find a common humanist aspect in the overall work process of recognizing social problems and expression. Based on these finding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in the field art history lies that it illuminates German Expressionism as an art movement with distinct humanistic characteris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