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의 작품에 나타난 현실인식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김인순(1941-)의 작품에 나타난 현실인식의 양상을 분석한 연구이다. 김인순은 한국에서 선구적으로 여성주의 미술을 시도한 작가이자 현실과 연계된 실천적인 미술 활동을 펼친 작가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에 따라 김인순에 대한 미술사적 접근 또한 위의 범주와 관련된 작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김인순의 작품이 현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의 전체 작품에 표현된 현실인식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선행 연구와 차이를 두고자 했다. 김인순의 현실인식은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의 밀접한 연관 속에 형성되었다. 식민 지배와 분단, 전쟁과 같은 한국의 역사적 굴곡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인순은 당시 목격한 현실의 양상을 인상적으로 기억했고, 초기 작품에서 고통을 표현하는 인물을 묘사하여 역사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을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활동 초기에 민족이 공통적으로 경험해 온 거대한 역사에 관심을 가졌던 김인순은 민중미술 경향의 그룹 활동과 민주화 운동에의 참여를 계기로 자신 주변의 사회 현실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는 1987년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을 작품에 담아 군부의 독재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현하면서 여러 사회 운동 분야로 관심을 확장해나갔다. 특히 공업 노동자 및 농민의 열악한 상황을 인식하게 된 김인순은 이들의 현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걸개그림을 제작하여 시위 현장에 보급하면서 사회 운동가로서의 실천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사회 및 일상 속의 다양한 현실을 작품에 담아 온 김인순은 특히 여성이 경험하는 바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그룹 활동을 통해 여성 작가와 여성 운동가,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과 교류하면서 현실 속의 문제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인순은 여성의 억압과 관련된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작품을 제작해 가부장적 체계에 대한 비판의식을 표현하기도 했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 폭력의 위협에 대한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대두시키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 제도의 민주화 및 민중미술 경향의 그룹 해체의 영향으로, 김인순은 정치·사회적 현실에서 나아가 현실을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97년에 서울을 떠나 전원으로 이주한 김인순은 주변의 자연적인 소재를 탐구하면서 발견한 원초적인 생명력을 작품에 담았고, 자연의 생명력을 모성이 가진 힘과 동일시하는 표현을 시도했다. 종래에 그는 이러한 힘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확장된 범위의 현실인식을 보여주었다. 김인순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현실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사회 환경과 그의 개인사적 배경에 의해 시기별 변화를 보였는데, 역사에 대한 성찰로부터 나아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거쳐 현실 세계의 근원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향해왔다. 본 연구는 김인순이 다변화되는 한국의 현실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주제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작품에 현실인식을 반영해왔다는 것을 밝혔으며, 이를 통해 김인순의 작품이 가지는 미술사적 의의를 재고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This dissertation is a study on the perception of reality in Kim In soon(1941-)’s work. She has been brought to the attention as a pioneering artist who endeavored feminist art in Korea and as an artist who carried on artistic activities linked to social reality. As a result, previous studies on Kim In Soon have been centered around her works only related to feminism and social problem. Ye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flow of perception of reality expressed in her entire work by focusing on the fact that her works have expanded in various topics. Her perception of reality was formed in close connection with the political and social situation in Korea. Kim In soon, who spent her childhood amid the chaotic age of Korea such as the colonial rule, national division, and the Korean War, formed a strong impression of reality at that time. She implicitly expressed her tragic perception of a history by portraying people expressing pain. This way, she showed her interest in the historical tragedy that every Korean could easily have experienced in her early work. Then in the late 1980s, she turned her interest to the social reality with the opportunity to participate in the Minjoong art group and the democratic movement. By capturing the scene she witnessed at the democratic movement in 1987, she expressed her criticism towards the military government. Soon she started to expand her interest to various social movements. In particular, she became aware of the poor working condition of industrial laborers and farmers by taking part in the labor movement. She produced Geolgae paintings that could help their protest then provided it to the demonstration site. Such activities can be said to show her aspect as a social activist. Kim In Soon who captured various realities in society and daily life through her work, was particularly interested in what women experience. She tried to identify problems in women’s reality by interacting with women in various fields including artists, laborers, and feminists. On that basis, she made autobiographical paintings expressing a critical consciousness of the patriarchal society, and paintings that could increase social concern about the sexual violence against women. Due to the democratization of political system in Korea and the dissolution of the Minjoong art group in the mid 1990s, Kim In Soon became interested in the fundamental elements of reality beyond political and social reality. After she moved from Seoul to the countryside of Yangpyeong in 1997, she explored the nature around her and tried to paint the vitality of nature and power of motherhood. By doing so, she revealed her extended perception of reality that those power are the basis of the real world in which we live. Interest in reality found in her work continued to change by period due to the social environment of Korea and her personal experience. Starting from the introspection of Korea’s national history and through the participation in social reality, her perception of reality finally reached to the exploration of underlying source of the world.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reconsidered Kim In soon’s work in art history by revealing that she constantly sought to alterate the subject of her work in line with the diversifying reality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