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런던의 시각적 페르소나

Abstract

본 논문은 로버트 다이튼(Robert Dighton, c.1752-1814)의 연작판화 <열두 달 The Months>(c.1781)을 판화 고객들의 취향과 동시대 문화 상품들을 통해 분석한 연구이다. 화가이자 배우였던 다이튼은 런던의 판화 거상 캐링턴 보울스(Carrington Bowles, 1724-1793)의 상점에 고용된 1780년대부터 각종 메조틴트 판화들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이튼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미미하며, 판화 연구자들은 그가 연루된 범죄 사건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들이 간과해온 런던 거리의 스펙터클이자, 동시대 문화 향유자들의 취향이 반영된 시각 문화로서 <열두 달>을 바라보고자 한다. 1780년대 보울스의 피고용인이었던 다이튼은 고용주와 판화 고객들의 취향과 욕구를 반영해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때문에 <열두 달>이 출판되었던 시장을 조사하고 고객층을 상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판화 가게가 있었던 세인트 폴 대성당 인근 지역은 런던 문예 활동의 중심지이자, 영국 최대의 출판 단지였다. 보울스 가게의 잠재적인 고객들은 이 일대의 커피 하우스와 서점을 이용하던 엘리트 계층의 시민들이었다. 특히 1785년 출판된 판화 카탈로그와 1780년대 다이튼의 연극 배우로서의 경험은 판화 고객들과 연극 관람객 사이의 교집합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다이튼의 고객들은 세련된 문화적 취향과 높은 경제력을 보유한 중산층 시민들이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본고는 <열두 달> 이미지의 선례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판화가 당대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이미지들이었다는 전제하에, <열두 달>의 선례들을 각각 통시적인 관점과 공시적인 관점으로 검토한다. 고대 이래로 열두 달을 의인화하던 ‘월별 노동 도상’은 17세기와 18세기를 거쳐 엠블럼과 패션 판화와 같은 장르들을 통해 유통되었다. 이러한 열두 달의 도상은 18세기 후반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 1700-1748)의 연작시 『사계절』의 삽화에서 근면과 성실을 묘사하는 시각적 알레고리로 활용되었다. 이는 동시대 영국민들의 계절 감수성을 재현하는 방식이자, 중산층 시민들의 근면, 성실, 그리고 공감과 같은 도덕적 가치들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는 <열두 달>이 『사계절』과 같은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고는 중산층 고객들의 시각으로 <열두 달>에 재현된 여성 이미지를 읽어낼 것이다. 먼저 동시대 교훈서들과 문학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여성들의 교양 교육에 관한 내용들을 토대로 가정 내 여성들에 대한 교훈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열두 달>에 차용된 동시대 패션 플레이트들의 구성들을 통해 1780년대 여성들의 옷차림과 최신 유행에 관한 당대인들의 비판적 시각을 알 수 있다. 이는 여가와 소비, 그리고 문화면에서 여성 주체들의 위상이 변화한 것에 대한 당대인들의 비판적인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화 가게의 진열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열두 달>에 반영된 사회상을 읽어낼 수 있다. <열두 달> 속 반여성적 모델은 미국 독립 전쟁과 고든 폭동 이후, 영국에 만연했던 국가적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따라서 <열두 달>은 메트로폴리스 런던을 살아가는 여성들과 그녀들이 사회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기입하던 방식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본 연구는 18세기 후반 런던의 문화 생산자였던 로버트 다이튼을 소개하고, <열두 달>을 동시대 런던 소비자들의 시각으로 분석하는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열두 달>이 1780년대 런던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이미지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사장되어 온 다이튼의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복구하는 작업이요, 다양한 18세기 수용자의 목소리를 추적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요약할 수 있다.;English painter Robert Dighton(1752-1814) is a still alien name in art history. Previous art historians have rarely acknowledged his prints as fine art. Their concerns are always focused on his theft at a British Museum. Likewise, past studies have placed him on the edge of history. However, his prints are a significant visual-culture which can show the sensibility of the late Georgian society. Therefore, this paper will look deeper into his popular prints, especially The Months, to understand how the London public society was thought and felt in the eighteenth century. Dighton was an employee of London print seller, Carrington Bowles(1724-1793). Bowles' store was located in St. Paul's Churchyard. The surrounding area was London's hub for the publishing business and literary activities. Bowles’customers were elites who could afford the money at coffee houses and bookstores near the cathedral. Furthermore, Dighton had combined careers as an stage actor and painter during the 1780s, and most of his audiences and customers were middle-class. In other words, Dighton recognized well the taste and thirst of his customers, and his prints reflected the cultural interest of middle class. Dighton’s prints have allegorical metaphors which need to be interpreted by viewers. Most of all, his visual elements were organized by art historical precedents. He followed the cycle of Labors of the Months, a way of expressing twelve months by depicting twelve scenes of labors in pastoral scenery since ancient times. This representation of months was distributed on emblems and fashion prints during the 17th and 18th centuries. However, by the late 18th century, the iconography was used to signify a model of diligence. The trend was sparked by poems The Four Seasons written by James Thomson. Illustrations of The Four Seasons tend to utilize the representation of months as moral lesson, such as industry, diligence, and benevolence. It reflects what the middle class valued in their social living. In this sense, this study analyzes Months as the representation of female images which were visualized by middle class customers. Firstly, it reveals the moral lesson for female of domesticity. For this, contemporary conduct books and literatures are used as a means of addressing how contemporaries thought about female accomplishment and education. Secondly, Months delivers the criticism of 1780s female clothing and fashion. By borrowing the forms of fashion plates, Dighton tried to reflect critical estimates of female consumption as well as their extension of cultural influences. Finally, his prints embody England's national crises as anti-female model. Carrington Bowles used to display his goods in the shop window. The window display involves the chaos situations of the time like the War of American Independence and Gordon Riots. Therefore, the female character who makes dissonance in the established order in Months is a salutary warning for female readers. The purpose of the research is to introduce Robert Dighton as an cultural producer and to analyze Months with the sensibility of contemporary audiences. It is an effort to reveal that Months is the social image of women in 1780s, who had to show their persona to survive in the modern metropolis. Consequently, this study is an restoration project for Dighton's identity as an artist and diverse viewers' voices in eighteenth cent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