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염기>에 나타난 여성의식 고찰

Abstract

<육염기(六艶記)>는 허구적으로 구성된 서달의 딸인 서일염, 서명염, 서광염, 서자염, 서기염, 서월염(이하 ‘육염’)을 주역으로 내세우는 국문 소설이다. <육염기>는 연의소설을 강하게 표방하는 작품으로 명초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삼아 역사적 서사 속에서 주목되지 못하고 잊혔던 여성들의 행적을 상상력을 통해 구성한 소설이다. 본 논의에서는 이러한 특별함을 가진 <육염기>가 여성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는지에 주목하였다. 제I장의 B절에서는 이에 대한 예비적 고찰로서 <육염기>의 이본을 살펴보았다. 선행 연구에서는 <육염기>의 이본이 하성래본, 영남대본, 연세대본의 세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본고에서는 이와 더불어 뿌리깊은나무박물관 A본, B본, 국립중앙도서관본, 서울대본의 존재를 확인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견된 <육염기>의 이본은 총 7종으로 늘어났다. <육염기>의 이본이 여러 개 남아있다는 것은 조선 사회에 이 작품이 어느 정도 유통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각 이본의 필사기가 소략하기 때문에 <육염기>가 언제 창작된 작품인지는 미상으로 남는다. <육염기>와 합본된 관련 자료들을 통해서는 <육염기>의 여성 향유층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제II장에서는 <육염기>의 구성 방식을 살핌으로써 작품을 조망하고자 했다. <육염기>는 명나라 초기 건국 서사와 정난지변 서사를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틀로 삼고 있다. 연의소설을 표방하되 여성 인물을 창조하여 이들을 서사의 주역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II장의 B절에서는 <육염기>의 제명 방식을 살펴보았다. <육염기>는 총 13회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이 중 과반에 해당하는 7회에서 13회에서 육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제목으로 전면화했다. 이러한 제명 방식을 통해 작가가 여성 인물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III장에서는 역사와 야사, 창작의 층위를 살피며 작가가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형상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육염기>의 주역은 서달의 여섯 딸인 육염이다. 그 중 언니인 일염, 명염 광염은 영일루에서 함께 자랐으며 아우인 자염, 기염, 월염은 명월루에서 함께 자랐다. 영일루 출신 인물들은 병서를 즐겨 읽으며 입공과 부귀를 추구했지만 명월루 출신 인물들은 오직 『열녀전』만을 탐독하며 충절과 검소를 추구했다. 일염은 연왕 주체와, 명염은 제왕 주부와, 광염은 목영과, 자염은 방효유와, 기염은 경청과, 월염은 건문제 주윤문과 혼인했다. 이들 중 영일루 출신 인물들과 그들의 남편은 부귀영화를 누리나 명월루 출신 인물들과 그들의 남편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육염기>의 인물 형상을 통해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육염기>의 여성 인물들에게서는 정치적 면모가 부각되었다. 일염과 명염은 각각 연왕과 제왕의 아내로서 그들의 군사적, 정치적 판단에 결정적 도움을 되는 인물로 그려졌다. 자염과 기염은 남성의 ‘충’과 여성의 ‘절’을 동일선상에 놓는 인물이었다. 이들은 충신의 죽음에 동반되는 열녀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죽음을 정치적 맥락 속에 위치시켰다. 이에 반해 <육염기>의 남성 인물들에게는 가정적 면모가 강조되었다. 작가는 남성 인물들의 실제 행적을 수용하면서도 그들의 일화 중 상당 부분을 허구적으로 구성했는데, 그 부분에서 가정적 면모가 드러난 것이다. 연왕과 제왕은 부인의 말을 새겨듣는 인물이며, 목영은 아내 광염과 장인 서달에게 헌신하는 인물이다. 방효유와 경청에게서는 가족과 공감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건문제에게서는 아내 월염과의 동반자적 면모가 부각되었다. IV장에서는 III장에서의 인물 분석을 바탕으로 <육염기> 작가의 여성의식을 추출해 보았다. 우선 작가는 여러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다양한 여성상을 제시했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행동을 모두 명예로운 것으로 기렸다. 이러한 대목에서는 여성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며 이를 최대한 찬미할 만한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드러났다. 반면에 <육염기>가 그려내는 여성상에는 한계도 있었다. 정치에 대한 여성의 직접 참여가 나타나지 않으며,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는 것을 명예로운 행위로 서술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의 활약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은 조선의 시대적 분위기의 소산으로 읽힌다. 다음은 여성 인물의 행복을 위한 조건에 대해서이다. <육염기>에서는 부귀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나타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지나친 사치가 가족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육염기>에서 부귀를 누리는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천명(天命)을 따라 임금에게 충성하여 공을 세우고 작위를 받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위기가 닥쳤을 때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과 영달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육염기>가 부귀와 생존, 그리고 영달 등의 실리적 가치에 방점을 놓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육염기>에는 절사(節死)를 신성시하지 않고 이를 연민하는 태도도 나타났다. 열녀가 절사를 하면 현세에서 부활해 보상을 받는 다른 조선 후기 소설들과 달리, <육염기>에서 절사를 한 인물은 현세에서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양상은 죽음이 가져오는 원초적 비극성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또 <육염기>에서는 절사를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시키며 '불쌍하다', '안타깝다'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절사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심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비극적인 최후를 당한 인물들이 전세의 잘못으로 인해 인과응보를 당한 것으로 설정하여 절사의 신성한 아우라를 벗겨냈다. 작가는 여성 중심의 가족애를 부각하기도 했다. <육염기>의 여성 인물들은 친정과 지속적으로 교류한다. 그녀들의 남편은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기꺼이 처가 곁에서 살며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아내를 매우 아끼고 존중한다. <육염기>는 연의소설과 가문소설의 자장 안에 있는 소설이다. 이는 역사소설의 소재 및 형식을 차용했으며 가문소설에서 나타나는 여성인물에 대한 관심을 이어받았다. <육염기>는 ‘역사 속의 여성’을 다루며 여성들의 활약상에 집중하여 여성들의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의미화했다. ;YukYeomGi (六艶記) is a Korean novel with the Xu Da and his daughters, Iiyeom, Myungyeom, Kwangyeom, Jayeom, Kiyeom, Wolyeom as protagonists (hereafter, YukYeom). YukYeomGi is a novel composed through imaginings on women’s doings which were traditionally neglected and forgotten; and as a YanYi novel, it sets in the upheaval of the Ming dynasty. Chapter I, section B carefully considered different versions of YukYeomGi (六艶記). Previous research on YukYeomGi had illuminated three versions: the Ha Sungrae version, the Youngnam university version, and the Yonsei university version. In addition to these three, this thesis considered Ppurigipeunnamu Museum versions A and B, Seoul National University’s library version, and the Korean National Library version. Therefore, as of the present, there are a total of 7 versions of YukYeomgi. We may also infer from these various versions that the YukYeomGi was distributed during the Choseon dynasty. However, due to the fact that scribe didn't transcribe the book with precise date, they come to us with little evidence concerning their date of composition. From the YukYeomGi and the historical materials corresponding to its versions we can judge with a high degree of probability that it had female readers. Chapter II considers the YukYeomGi from a close examination of its method of composition. YukYeomGi is a story based on the early Ming dynasty’s founding and Jingnan campaign narratives. Chapter II, Section B carefully examines the method of titling the sections. YukYeomGi is composed of 13 sections. Among these sections, sections 7 to 13 are titled after the name of ‘YukYeom’. From this method of titling the sections, we can be certain that the author focused on female characters. Chapter III simultaneously examines how the author developed the characters and examines the novel’s official and unofficial historical context. We see that the older sisters Iiyeom, Myungyeom, Kwangyeom grew up together in the House Youngil and that the younger sisters Jayeom, Kiyeom, Wolyeom grew up together in the House Myoungwol. Those from the House Youngil enjoyed reading a book of military science and persued tribute and fortune While those from the House Myoungwol only read the “Biographies of Virtuous Women(열녀전)” and pursued loyality and frugality. Ilyeom married the Zhu Di(King of Yan), Myungyeom married the Zhu Fu(King of Qi), Kwangyeom married Mu Ying, Jayeom married Fang Xiaoru, Kiyeom married Jing Qing, and Wolyeom married Zhu Yunwen(Emperor Jianwen). Those from the House Youngil enjoyed wealth and honors while those from the house myoungwol ended in tragedy. From the form of YukYeomGi’s characters, we have reached the following conclusion. First, YukYeomGi’s author focuses on the political aspect of female characters. Iiyeom and Myungyeom, as the wives of the King of Yang and the King of Qi, respectively, are portrayed as being of decisive importance politically and militarily. Jayeom and Kiyeom considered man’s fidelity (忠) and women’s integrity (節) to be parallel and equally worthy virtues. By choosing to die as virtuous women, which is also to do die with loyalty, their deaths are placed in a political context. In contrast, YukYeomGi's author emphasizes the homely side of male characters. While accepting the real (historical) actions of male characters, the author made up a large part of fictional accounts. At those scenes, the homely side of male characters emerges. The King of Yang and the King Qi both listen carefully to their wives, while Mu Ying is dedicated to his wife Kwangyeom and his father-in-law Xu Da. Fang Xiaoru and Jing Qing’s showed great sympathy in dealing with their families. Emperor Jianwen is a faithful companion of his wife, wolyeom. By interpreting Chapter IV on the basis of Chapter III’s characters we can understand how the author thought about women. First, by focusing on the early stages of the female character’s lives, the author shows us the diverse female situations. In addition, from their praiseworthy actions, these characters were able to gain honor. From passages such as these, we can find meaning in the lives of women and see the author’s intention to praise their lives. On the other hand, there is a limit to how the YukYeumGi portrays the feminine. This is because women do not directly participate in politics and dying along with their husbands is regarded as honorable acts. This limited range of female activities can be attributed to the Choseon dynasty‘s conservative atmosphere. The following are the conditions for the happiness of female characters. In the YukYeumGi there is a positive attitude toward wealth. Particularly in this work, excessive luxury functions as a means of expressing familial love. In the YukYeumGi there are two conditions for enjoying wealth. One is to follow the mandate of heaven (天命) by being loyal to the king, rendering him service and in return receiving a noble title. The other is to not surrender when the crisis strikes and in this way advance in life. Through this, it can be inferred that The YukYuemGi is focused on practical values such as wealth, survival and advancement in life. In the YukYeumGi, choosing to die with one's husband is not seen as sacred but worthy of pity. Unlike other late chosen novels where YeolNyeo (列女) are rewarded with resurrection for committing suicide, such behavior receives no reward in the YukYeumGi. In this way, we are able to feel the original tragic nature of death. The author also deepens feelings of compassion for this type of death by linking it with negative images and continuously employing the words 'pity' and 'unfortunate'. Finally, by showing that the characters' tragic end is retribution for immoral acts of their previous life, the author diminishes the sacredness surrounding the death. The author also emphasized the female-centered familial love. The female characters of YukYeumGi are in continual contact with their parents. Their husbands, despite their remarkably high status, remain happily by their wives’ sides without any complaints. All of them cherish and respect their wives. YukYeumGi can be considered both a classic YanYi novel and a classic family novel. The YukYeumGi by borrowing form and content from historical novels and family novels can appeal female interest. YukYeumGi deals with the ‘historical feminine’, focusing on female performance to show the value of female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