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로렌스(Jacob Lawrence)의 작품에 나타난 인종문제에 대한 시각

Abstract

본 논문은 제이콥 로렌스(Jacob Lawrence, 1917-2000)의 작품에 나타난 인종문제에 대한 시각을 알아보고자 한 연구이다. 로렌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 미국사회의 흑인을 다룬 회화를 전 생애에 걸쳐 선보여왔다. 흑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뿌리를 탐구하면서도 현실을 염두에 둔 이상적 사회를 제안하는 그의 작업은 인종문제를 끊임없이 숙고하게 한다. 이에 본 연구는 로렌스의 작품을 미국의 주류 사회와 그가 속한 비주류 사회의 간극에 대한 반응의 한 양상으로 보았다. 이를 통해 사회의 주변부에 위치한 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의 전반적인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특성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종문제에 대한 로렌스의 시각은 20세기 초 미국 흑인의 사회적 위치와 할렘(Harlem)에서의 개인사적 배경과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로렌스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1930년대의 미국은 노예신분에서 벗어난 흑인이 미국사회에 자리를 잡기 위한 길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이때 할렘을 중심으로 흑인 지식인과 예술가들 사이에서 미국 흑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사상적 조류에 감응한 로렌스는 할렘의 여러 기관에서 이들과 교류하며 인종문제에 대한 의식을 키워 나갔다. 먼저 로렌스가 흑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그려낸 역사적 주제 회화를 살펴보았다. 그는 진취적인 흑인의 역사를 통해 흑인의 의지를 북돋아 주고자 하였다.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와 글이 결합된 방식을 이용하였다. 아울러 로렌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의 인종차별적 경험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인종차별에 대한 그의 인식은 전쟁 주제의 연작에서 흑인과 백인병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참전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로렌스는 할렘 풍경화를 통해 주변의 흑인 거주민들이 소외계층으로서 당면한 문제를 시각화하였다. 여기에는 제도권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겪었던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더하여, 편견 어린 시선 하에 이색적인 문화로 분류된 흑인 문화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1960년대 로렌스는 당대의 화두였던 흑인민권운동을 주제로 삼아 흑인의 민권의식을 드러내었다. 직접적인 정치운동에 참여한 바는 없지만 동시대를 공유하는 흑인 시민으로서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1968년부터 30여 년간 ‘건축업자’ 주제를 통해 인종 간의 화합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인종문제에서 시작된 이 주제는 점점 확장되어 후일에는 인간 보편의 가치를 아우르게 되는데, 그 시발점이 인종 평등이라는 점에서 로렌스가 이상적 지점으로서 인종이 융화된 사회상을 제시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과정을 통해 본고는 로렌스의 작업들 기저에 인종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조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미술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한 로렌스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피부색으로 덧씌워진 편향된 가치체계를 인지하고 비주류 인종이 마주한 문제와 지향점에 대한 관심을 예술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로렌스는 모더니즘이 주도하는 미술의 흐름 안에서도 사회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담아내었고, 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 미술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This study aims to examine racial issues in the paintings of the late African-American painter Jacob Lawrence (1917-2000). Throughout his life and career, Lawrence made paintings about the position of African-Americans in American society, exploring the historical and cultural roots of African-American identity and proposing visions for a more just and equal society. In this light, this study considers Lawrence’s paintings as a response to the gap between mainstream American society and its marginalized groups, in particular the plight of African-Americans. Lawrence’s perspective on racial issues is informed by both the larger social trends for African-Americans in the 20th century and personal experience of growing up in Harlem. Lawrence’s formative years in 1930s Harlem when he began to paint was a time when African-Americans were still struggling to shake off the legacy of slavery and seeking to settle into mainstream American society. Oppressive Jim Crow laws disenfranchised African-Americans in the South, leading to massive migration to the North, of which Lawrence and his family took part when he was a child. This period is marked by a cultural flowering of African-American intellects and artists that helped establish a new identity for African-Americans. Lawrence trained under artists who were part of this cultural flourishing and his artistic development thus coincided with an awareness toward racial issues. Lawrence expressed his viewpoint on race in diverse themes based on his experiences in Harlem. Firstly, this study looks at historical theme paintings which Lawrence made to raise the dignity of African-Americans. He tried to uplift the sense of pride of African-Americans by narrativizing African-American history and combined both image and text to effectively deliver his message. Moreover, Lawrence reflected his personal experience of discrimination in the military during the Second World War. His first-hand awareness of racial discrimination inspired his paintings depicting African-American soldier and Caucasian soldier participating in the war on an equal footing in the war theme series. In addition, Lawrence illustrated the problems and struggles—social and economic—that African-Americans experienced as a marginalized racial class in his landscape paintings of Harlem while also depicting the unique dynamic culture of the neighborhood. In the 1960s, Lawrence addressed the growing political awareness and agency of African-Americans by focusing on African-American civil rights movement as a theme. He never directly participated in a political movement but expressed his position as an African-American living in the age. Lastly, for three decades following 1968, he aimed to envision racial harmony through 'The Builders'. This theme, which started from racial issues, gradually expanded and ultimately came to encompass universal human values. In the sense that the starting point is racial equality, it can be identified that Lawrence suggested racially harmonious social scenes as the ideal goal for mankind. Through the aforementioned research processes, this study posits that awareness of racial issues is situated at the core of Lawrence paintings. Hence, Lawrence’s recognition of the social functions of art can be identified. He perceived American society systematically discriminated by skin color and tried to urge viewers to consider the contemporary problems of and potential futures for marginalized races through art. Lawrence throughout his career tirelessly worked to include stories from periphery and represent diverse voices within the dominant art discourse focused on moder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