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작업에 나타난 즉물성(literality)

Abstract

본 논문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9- )의 작업에 나타난 즉물성(literality)을 살펴본 연구이다. 즉물성은 실제의 사물이나 사건을 기반으로 한 생각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특성으로, 미술에서는 주로 작품 그 자체, 또는 작품이 놓인 실제 상황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세라는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에 지나치게 부가된 관념적 의미를 제거하기 위해 즉물성을 강조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다. 세라의 작업관이 형성된 1960년대 미국 미술계에서는 형식주의 모더니즘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다양한 경향들이 잇달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당대의 정치·사회적인 맥락과 관련되어 있었다. 세라 또한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면서, 실제 재료, 실제 신체 그리고 실시간적 경험을 강조하는 방법을 통해 미술을 구체적인 현실 속에 위치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그간 세라의 작업에 대한 논의는 미니멀리즘 조각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거나, 과정 미술 등 특정 경향의 예시로 제시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조각 작품에 집중되어 있어 영화와 퍼포먼스 작업은 배제 이루어졌다. 이에 본 논문은 세라의 작업 전반에 흐르고 있는 즉물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근거하여 그의 작업을 보다 총괄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했다. 먼저 1960년대 중엽 세라는 기존 조각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실제 산업용 재료인 고무, 납, 강철 등을 작품으로 제시함으로써 재료의 물성을 드러냈다. 그는 가공하지 않은 재료를 전시장에 걸거나 바닥에 그대로 두었다. 또한 그는 재료끼리 기대어 놓거나 쌓아 올림으로써 그것이 지닌 중량감, 거친 질감 등 그 물리적 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세라는 미술가의 관념적 의도가 담긴 미학적 소산물로서의 작품 개념을 넘어, 작품을 현실 속에 현존하는 즉물적 물체 그 자체로 제시했다. 한편, 세라는 자신의 실제 신체를 작업의 매체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체의 반복적인 움직임만을 드러낸 영화와 퍼포먼스를 통해 제시되었다. 그는 손을 촬영의 대상으로 삼아 반복, 순환의 방법을 통해 신체 그 자체와 어떠한 서술적 내용도 없는 실시간적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녹인 납을 반복적으로 뿌리는 퍼포먼스를 수행함으로써 미술가의 개성이 제거된 기계적 움직임만을 드러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개인의 관념이 담긴 그릇이라는 신체 개념에서 벗어나 그것이 실제 존재하는 즉물적 대상임을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라는 실제 장소에 대형 조각을 설치함으로써 관람자의 지각 경험이 실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즉물적 상황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신체를 척도 삼아 장소를 물리적으로 측정하여 조각을 제작했다. 그는 물리적 특성만이 드러난 조각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 그는 도심 속 공공장소에 열린 구조의 조각을 설치하여 관람자가 작품과 만나게 되는 즉물적 상황을 강조했다. 이렇게 하여 작품의 의미는 즉물적 상황 속에서 관람자의 실시간적 경험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이를 통해 세라는 작품을 초월적 영역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 속의 즉물적 실체로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세라는 산업용 재료가 지닌 물성의 강조, 반복적인 움직임의 수행 그리고 관람자의 실시간적 경험의 부각 등을 통해 작품의 즉물성을 강조함으로써 미술을 실제 현실 속에 현존하는 그 자체로 제시해왔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모더니즘을 떠나는 과도기의 시각적 결과물로, 이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국면을 예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본 논문은 세라의 즉물주의자(literalist)로서의 면모를 밝혀 그 미술사적 위치를 재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This study examines literality through works of Richard Serra(1939- ). 'Literality' is a characteristic which exposes acts or thoughts based on actual objects or incidents. In art terms, literality is used to emphasize an artwork as itself, or its actual situation. Serra is an artist who came up with artworks emphasizing literality to remove excessive ideological meaning added to the art of mid 1960s to the present. Serra's art practice has been developed from the 1960s, when the American art world tried to deviate from Formalist Modernism. The various art practices of 1960s, against the Modernist idea, appeared successively in relation to the social and political context of the time. Serra also reacted to this change by situating real materials, real bodies and real time experiences in specifics. However, previous researches about Serra discussed his work as an example of specific tendency, especially within the context of minimalism or process art. These researches were usually focused on his sculptures, therefore films and performance works were excluded. So this study will focus on the characteristic of literality which can be found in his work in general, and examines his work more thoroughly based on it. Firstly, Serra presented untraditional materials such as rubber, lead and steal for his sculptures to reveal the materiality of the object. He put raw materials to put on the exhibition floor, or hang them on the wall. Also he leaned materials to face each other or stacked them together to emphasize their weight, rough textures and physical characteristics. These works are more than just aesthetic outcome containing the artist’s ideological intention, but literal objects which are present in the objects’ reality. Meanwhile, Serra also used his body as a medium of his work. They were presented with films and performances that reveal repetitive movement of the body. His hands became the subject for shooting, using repetitive and circulating movement to show a real-time process without any narrative and contents. One of his performance was to repetitively spread melted lead, which also revealed no artistic trait but a mechanical movement. Through these works, he set himself free from the concept of body as the container for one’s ideology, but emphasized it as an actual existing literal subject. Lastly, Serra installed large scale sculptures in actual places to lead viewers’ perception to a real time experience to stress a literal situation. For this, he set his own body as a scale to measure the places physically to build sculptures. His intention was to present the sculptures which reveals solely physical traits. He continued to build the sculptures with open structures to emphasize the literal situation where the viewers meet the sculpture in the real time. The meaning of the work resides in the real time experience of the viewers, when they are exposed to the literal situation. Therefore Serra’s work is presented as the physical object in a concrete reality, not in a transcendental realm. As Serra reveals the materiality of industrial material, continues the repetitive movement, and stress the real time experience of the viewers to emphasize the literality, he suggested art that is present in the actual reality. Since his work is the visual outcome of a transitional state away from Modernism, his work is crucial as it opened an initial phase to the contemporary art. Therefore the purpose and significance of this thesis reside in revealing the literalist aspect of Ser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