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여성주의에 대한 일연구

Abstract

이 논문은 여성주의자로서 현재의 생태적 위기 상황에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현대의 환경문제는 단순히 환경 파괴의 측면만이 아니라, 다앙한 사회문화적 억압의 관계들을 함께 다루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합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한편, 현재의 생태적 재난은 과학과 기술이 가져다 준 편의성과 물질적 풍요의 이면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과학과 기술의 문제에 직면할 것을 요구한다. 생태여성주의는 이러한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데 주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생태여성주의에서는 생태파괴와 관련하여 현재의 지배적인 문화가 기반하고 있는 기초적 가정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재의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태여성주의는 성차별의 문제와 자연 파괴를 극복하려는 각각의 이론들에서부터 출발하되, 기존 이론의 폭을 확장한다. 생태여성주의는 남성-인간에 대해 여성-자연의 범주를 위계적으로 구성해온 이원론 자체에 도전함으로써, 여성과 자연에 대한 기존의 여성주의 논의를 넘어선다. 그리고 가부장적 이원론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서 나오는 주류 생태주의의 남성중심적 한계를 지적한다. 생태여성주의의 여성에 대한 지배와 자연파괴의 문제를 연결하는 주요한 고리는 가부장적 이원론이다. 가부장적 이원론은 대조되는 관념을 상호 대립적인 것으로 구성하고, 각각의 대조쌍에서 상호간의 차이를 위계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이다. 이러한 이원론의 체계에서 여성과 자연은 동일하게 인간(남성)에 대한 전형적인 타자로 가치절하된다. 이러한 가부장적 이원론은 가부장제의 다양한 역사, 문화, 사회적 맥락을 관통하면서 성별, 인종, 민족, 지역, 육체, 등 다양한 형태로 가부장적 지배를 정당화해왔다. 구체적으로 가부장적 이원론은 서구 근대과학과 현대의 개발주의를 관통하는 인식론적 토대로서, 현재의 생태위기를 가속화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근대과학의 중심내용은 인간-남성-주체/여성-자연-대상 간의 관계를 이원론의 위계구조로 구성하고 대상으로서의 여성과 자연을 단순한 물질로 보는 기계론적 자연관이다. 이러한 근대과학의 패러다임은 문화/자연의 이원론을 통하여, '자연'으로 간주되는 집단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한다. 또한 현대의 개발주의는 근본적으로 가부장적 이원론에 기반한 근대과학의 패러다임을 지속함으로써, 주변부의 자연생태계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고갈시킨다. 개발주의에 저항하는 풀뿌리 생태운동은 가부장적 이원론에 도전하는 생태여성주의의 대안적 관점을 대변한다. 생태여성주의의 대안적 관점은 상호성과 내재성에 기반한다. 그리고 생명의 본질로서 다양성과 차이를 긍정하는 토대 위에서 새로운 생태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생태여성주의는 가부장적인 자연관에 도전하며, 자연과 자연에 대한 관념을 전유하는 집단과 이를 유지하는 체계들 모두에 대하여 저항한다. 이런 점에서 생태여성주의는 남성/여성, 인간/자연, 영혼/물질, 발전/저발전, 선진/후진, 지식/무지 등의 가부장적 이원론을 와해하는 실천운동과 대안적 관점의 모색 등을 포괄한다. 즉 생태여성주의는 '자연'으로 인식되어 모든 타자 집단과 범주들을 회복하려는 모든 운동을 포괄한다. 이런 맥락에서 생태여성주의는 상품가치만을 기준으로 '자연' 을 단순한 자원으로 획일화하고 사물화하려는 주류담론에 도전하는 반(反)담론이다. 그리고 저항의 정치학을 위해서는 역사 사회, 문화, 생물학적으로 타자로 위치지워진 바 차이와 공통점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연대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