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의 [임꺽정]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벽초 홍명희(碧初 洪命喜)의 작가의식 형성과정과 그의 작품 『임꺽정』에 구현된 작가의식 내용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체험이나 이념정향뿐만 아니라 창작의 사회·경제적 조건, 문학텍스트의 해석적 실천 등 다양한 창작 통로를 가진다. 기존의 『임꺽정』연구들이 작가의 체험이나 이념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러한 면을 간과한 것이다. 작품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작가의식의 도움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작가의식 형성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골드만의 세계관 추출방법을 차용하여 이에 의거해 추적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홍명희의 작가의식을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하려 할 때 그것은 사대부라는 신분조건을 배경으로 하여 동경유학생활과 신간회활동과정을 경험하는 동안 변증법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사대부 가계 출신이라는 홍명희의 신분적 배경은 세계관이 형성되기 이전의 초기의식을 규정하였다. 그는 첫째, 순수한 관료 내지 학자적 면모가 강한 풍산 홍씨의 경제적이고 지적인 풍토 위에서 여유로운 자기성찰과 더불어 외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둘째, 재경사족이라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지주의 성격이 약한 가문의 영향으로 농민이나 민중에 대한 시각이 비교적 너그러웠을 것이다. 홍명희의 동경 유학은 근대적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열었다. 그는 다른 유학생들이 그러했듯이, 일본의 자유주의적 사상분위기 속에서 전통적 인습과 사고를 객관화하여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고루한 양반 의식에 구속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뿌리인 사대부적 전통 모두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극단적인 자기부정에 이르지 않고도 신사고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탁월한 평형감각이 있었던 것이다. 홍명희는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의 통일전선'인 신간회에 사회주의 계열의 인물로 참여하지만 이에 앞서 부르조아 민족주의자의 단체 결성에도 참여하는 등 이념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신간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좌우 세력을 아우르고 화합시키려고 힘썼다는 점 역시 그가 극단적인 이념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거해준다. 이러한 조화로운 세계인식 태도 속에서 유교적 이상과 민중의식이라는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하는 그의 세계관이 탄생하고, 여기서 작가의식 또한 정립되기에 이른다. 홍명희의 『임꺽정』은 이러한 작가의식의 내용을 구현하면서 1930년대의 시대상황이 요구하는 민족해방운동의 실천형식으로 창작되었다. 『임꺽정』에서 추구되는 유교적 이상의 세계는 정명론적 질서의 세계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적 질서의 세계이다. 임꺽정패의 소외의식을 통해 비판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당시의 시대상황은 정명론적 질서가 파괴된 상태였다. 임꺽정패의 주체적 의식 결여는 질서의 세계에서 이탈된 자들로서의 소외감에 기인한다. 작가는 임금으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질서파괴의 가해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 상황을 비판하면서 유교적 조화에 대한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임꺽정패의 비윤리성은 그들이 가족이라는 기본단위 형성에 실패한데 따른 파생적 결과이다. 여기에는 가정이 다양성을 수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동체적 원리를 수양하는 근거가 된다는 작가의 의식이 담겨있다. 한편, 민중에 대한 관심은 존재를 구속하는 현실적 조건들을 초월하려는 데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유토피아적 전망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임꺽정과 의형제들은 현실의 질서체계에는 조화롭게 적응하지 못했지만, 청석골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통해 결핍의 요소들을 결속의 원리로 바꾸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력한 민중계급의 인물들에게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작가의 유토피아적 전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봉단과 이장곤의 결혼은 남자와 여자에게,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에게 요구되는 이원적 가치를 결합시킨다는 의미에서 현실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조화를 이루어내는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상징한다. 그리고, 갖바치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역사와 현실을 뛰어넘으면서 『임꺽정』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전망을 수립한다. 그는 세속과 신성,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하는 항목들의 경계를 초월해버림으로써 현실초극적 양상을 띠게되는 유토피아 의식의 체현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임꺽정』의 문학사적 의의를 논함에 있어, 이 작품이 계급문학과 민족문학의 대립을 지양하고 근대적 민족문학을 수립하고자 하는 과제에 직면했던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임꺽정』은 식민지 시대의 대응논리로서 민족이라는 공통항을 묶어내야 하는 이 시기 민족문학의 필요충분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민중의 생활에 밀착하는 구체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우리 고유의 것으로 무장된 민족성을 찾아내는 데에 이르는 모습에서 확인된다. 이와 함께 『임꺽정』이 이전의 낭만주의적 역사소설의 유형에서 벗어나 근대 역사의식을 반영시키고 있다는 점은 역사소설의 실천적 의미와 관련하여 의미있게 검토될 수 있는 측면이다. 이제까지의 연구를 통해서 『임꺽정』이 작가 홍명희의 정치적 행적이나 이념의 직접적 반영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또한 이는 문학사회학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가 작가 개인에게 환원되기 보다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과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물음으로 되살아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작업은 의의가 있다고 여겨진다.;This study aims at finding out the forming process of Hong Myung-Hee's author consciousness and the content of the embodied in 『Lim Geuk- Jungd』. Literature text can be explained in various ways. In fact author's experience, ideology, and social and economic conditions give us a lot of possibility of interpretation. The existing studies for 『Lim Geuk- Jung』 have only focused at the author's experiences or his ideology. But this attitude has overlooked the possibility of various explanations. To explain it objectively, the help of author consciousness prescribed by social conditions is needed. This study will borrow Goldmann's method for world-vision to grasp the embodying process of author consciousness more systematically and definitely. And on the basis of it, Hong Myung-Hee' s author consciousness will be traced. Highborn social position had shaped Hong Myung-Hee's early consciousness before he established his world-vision. So he could reflect himself and observe class conflict generously. Through the studying in Tokyo and working for Shin-Gan group , he had flexibility and an eminent sense of balance so that he could receive new thought without extreme self-denial. After all, this harmonious world understanding attitude bore his world-vision based on Confucian ideas and the popula consciousness, which made his author consciousness clear. Therefore, Hong Myung-Hee's 『Lim Geuk- Jung』 was written as the practical form of national liberation movement which was demanding in 1930's, embodying his author consciousness. The Confucian ideal world pursued in 『Lim Geuk-Jung』 is the world of correct nominalism order and the world of family-centered order. But it is destroyed in the social situation which is showed through the sense of alienation and immorality of Lim Geuk-Jung group. Hong Myung-Hee's interest in the lower classes appears in the utopian prospect related with characters of the lower classes and it shows the trial to rise above the restrained real conditions. First, Lim Geuk-Jung and his sworn brothers can change the factor of lack into the principle of unity in Chung-suk valley, the isolated place. Second, the marriage of Bong Dan and Lee Jang-Gon combines the dualistic value which is demanded to male and female, the upper classes and the lower classes. It symbolizes the future model which solve the real conflicts and harmonize. Finally, Gad-ba-chi is described as a sage who is beyond the boundary between the worldliness and divinity and between living and death. so he achieves the utopia. Therefore, 『Lim Geuk- Jung』 reflects the demand for sublating opposition between class literature and national literature and establishing the modern national literature. And 『Lim Geuk- Jung』 is valued as the work which shows the modern historical conscious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