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미술가와 모델' 주제의 초기 연작 연구

Abstract

This is the study on the early series of Pablo Picasso's theme of 'Artist and Model.' While Picasso had a wide range of interests for plastic activity on the terms of style and medium, he repeated the same theme, 'Artist and Model' throughout his artistic career. The 'Artist and Model' theme began to appear in the 15th century. Naturalism of Renaissance art is the important factor for the formation of this theme, which gradually established as usual atelier scenes in which artists painted models, and continued to be produced in the 20th century as the images of self-portraits with model. Picasso's 'Artist and Model' is not in the same context as the traditional ones. Picasso who was always interested in artist's life expressed his own artistic exercise through this theme. Taking the concrete object very important and transforming it at the same time, Picasso described his artistic practice in the series. The model in Picasso's works is not the figure represented realistically as in the paintings of the past, but the object to be transformed on the canvas or as a sculpture by the artists. On the other hand, Picasso for whom women were important in his life could show his lover and himself through this theme. Picasso illustrated Balzac's novel The Unknown Masterpiece, which was the direct source for Picasso to start the series of 'Artist and Model' theme. Although his illustrations were criticized as not describing the novel exactly, they are as a whole telling the story. Moreover, the image of the painters is both the protagonist Frenhofer and Picasso himself. At the same time the models in the illustrations are representing life or art, just as women in the novel were symbolizing the area of arts or life. Picasso also developed 'Painter and Model' from his atelier or still-life motive, and he exercised his styles through this theme. These oil paintings were based on the cubist aethetics, which were critical for Picasso's arts. Picasso asked the nature of painting through the device of "paiting-within-a-painting." On the other hand, oil paintings which are composed of mainly faces of artist and model are reflecting Picasso's more private life. Picasso painted his wife Olga as a monster image, whereas himself as a classical profile, which are symbolizing the antagonistic relationship between them. "Sculptor's Studio" of 'Suite Vollard' appeared from Picasso's sculptrural activity and love affair with Marie-The´re｀se Walter. More focus was put on expressing the greatness of the art through the comparison of art with reality in these series. Picasso painted the sculptors as an ancient philosopher and devine creator in the classical and mythological scenes, and expressed the pride in his own art. The portly sculptor and the beautiful model are representing Picasso and Marie-The´re｀se. Their intimate pose and implications of sculpture convey the eroticism, but Picasso expressed that the artistic creativity of the sculptor overcame the sexual impulse. Picasso's early series of 'Artist and Model' symbolically shows both Picasso's art, which did not go toward the total abstract art in the experimental period of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and Picasso's personal life. Reflecting his art and life, Picasso's works of the 'Artist and Model' suggest a new type of an artist and occupy a very special place in the history of art.;본 논문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의 '미술가와 모델' 주제에 의한 초기 연작들에 관한 연구이다. 형식적으로나 매체상으로 매우 다양한 피카소의 예술은 다방면에 걸쳐있는 그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미술가와 모델'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루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미술가와 모델' 주제는 의부 대상의 재현을 목표로 하는 자연주의 미술을 그 출현 배경으로 한다. 관념적인 미술에서부터 사실주의 미술로 진입하면서 발생한 '미술가와 모델' 주제는 점차 일상적인 작업실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미지로 정착되어 갔으며, 20세기에 이르면 모델과 함께 있는 자화상의 이미지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피카소가 그린 '미술가와 모델'은, 자연주의 미술과 같은 맥락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예술가의 삶의 표현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피카소가 외부대상의 존재를 중시하면서도 대상을 변형시키는 자신의 예술적 관행을 나타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자연주의 또는 이상주의 미술 속에서의 모델과 피카소가 그린 모델은 차이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모델은 사실적으로 재현되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미술가에 의해 변형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삶의 동반자였던 다수의 연인들을 항상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피카소에게 '미술가와 모델'은 자신과 그의 여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었다. 피카소의 '미술가와 모델' 주제가 연작으로 제작될 수 있는 발단이 된 발자크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걸작』 의 삽화는, 소설의 내용을 묘사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려되었을 때 소설의 내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여자 모델을 보고 작업하거나 작품 속에 몰입하여 모델을 그리는 화가의 이미지는 주인공 프렌호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모델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그 모델을 변형시키거나 추상화하는 화가의 모습은 또한 피카소 자신의 모습기도 하다. 소설에서 여성들이 실재 또는 예술을 대변하는 존재이자, 남성을 위한 사랑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과 같이, 피카소는 삽화 속에서 여자를 예술의 영역과 대비되는 실재와 삶의 구현체로 묘사하였으며, 삽화 연작을 통해 여성으로서 모델이 예술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행사하는지에 관해 재고하였다. '화가와 모델' 주제는 피카소의 정물화나 작업실 모티브로부터 발전되기도 했으며, 유화의 조형적인 탐구와도 결부되었다. 피카소는 그림 속의 그림을 이용해 회화의 본성을 재고하였고, 평면적인 공간과 건축적인 구조와 같은 큐비즘의 형식을 바탕으로 하여 그리면서도 곡선적인 양식과 직선적인 양식의 복합적인 양식을 취하였으며, 모노크롬 또는 강한 원색으로도 그림으로써 이 주제에 의한 다양한 화면을 창출하였다. 또한 유화 중에서도 화가와 모델 두 사람의 얼굴의 이미지가 전체적인 화면을 지배하는 경우는 보다 개인적인 피카소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피카소는 1920년대 말에 관계가 악화된 부인 올가를 '미술가와 모델' 주제에서 파괴적인 여성상으로 그렸으며, 그와 대조적인 형상인 고전적 측면상을 반복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을 간접적으로 나타냄으로써, 두 사람의 적대적인 관계를 표현하였다. 피카소의 조각 작업활동과 마리 테레즈와의 사랑을 배경으로 등장한 '쉬트 볼라르' 속의 '조각가의 작업실'은 앞의 두 연작과 같이 예술과 실재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작품들이면서도, 실재와 예술의 대비를 통해 예술의 위대성을 표현하는데에 보다 역점이 두어졌다. 피카소는 고전적이고 신화적인 분위기로 예술의 위대성을 나타냈으며, 자신을 표상하는 조각가를 고대의 철학자이자 거룩한 창조자의 모습으로 그렸다. 당당한 조각가와 아름다운 모델은 피카소와 마리 테레즈를 나타내는 인물로 볼 수 있는데, 애정적인 관계에 있는 그들의 포즈나, 조각 작품이 지니는 함축적인 의미가 에로티시즘을 전달하고 있으나, 위엄있는 조각가의 모습에서 성을 극복한 창조자의 면모가 발견되며, 화면의 고요하고 평정한 분위기는 에로티시즘이 보다 완곡하게 표현되도록 만들었다. 피카소의 '미술가와 모델'에 의한 초기 연작은 20세기 초의 미술의 격변기를 체험하면서 양식적인 쇄신을 거듭했으면서도 결코 추상으로 향하지 않았던 피카소의 회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예술적인 삶과 동시에 사적인 삶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된 것이다. 피카소의 예술과 삶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은 이 주제는 피카소의 예술 속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미술사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